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직면한 미국과 유럽이 함께 반격에 나서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관세와 방위비 증액,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두고 관계가 악화한 대서양 동맹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공조에 들어간 모양새다.
2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노트북부터 제트엔진까지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제품들의 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희토류 공급을 옥죄고 있는 중국에 맞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중국산 희토류가 0.1%만 포함돼도 허가를 받도록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의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조치 가능성을 열어뒀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소프트웨어 기술이 사용된 외국산 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조치의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과의 희토류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무역 조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대(對)중국 무역 조치 목록을 준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또 유럽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중국 기업에 해당 국가로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산업촉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씩 쌓아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소원해졌던 서방 진영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모처럼 공조에 나선 셈이다. 동맹국에도 관세 위협을 가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호되게 당하자 동맹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이 호주·일본과 최근 희토류 및 핵심 광물에 대한 협력 강화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로 읽힌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압박을 ‘중국 대 세계’의 대결이라고 규정한 베선트 장관은 이날도 “주요 7개국(G7) 동맹들과 (희토류 통제 대응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U 입장에서도 중국이라는 버거운 상대와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희토류를 의제로 회담을 나눴지만 양측이 유의미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역시 대응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IC 칩 독점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중국 당국은 조사 대상에 오른 미국 기업들에 원가, 중국 내 판매 활동 정보 등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고객사 명단과 거래 내역 역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내에서 미국 기업의 상품 수출입과 영업을 제한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각자의 카드가 실제 효과를 낼지는 협상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경주 회동을 1주일가량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 문제와 대두 수출, 핵군축 등 (시 주석과) 합의해야 할 의제가 많다”며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중 고위급 경제·무역 회담이 24~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다. 이 회담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를 두고 막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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