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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 웃기지 말라"…캄보디아 64명 송환 소식에 피해자들 '분통'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송환돼, 도착 직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인계됐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기쁜 소식이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이 국내 수사망에 들어오더라도 피해금 회복은 쉽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전세기로 귀국한 64명, 역대 최대 규모 송환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15분(한국시간 오전 3시 15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테초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한 송환이 이뤄졌다. 이 전세기에는 캄보디아 이민 당국에 구금됐던 한국인 64명 전원이 탑승했으며, 인천국제공항에는 오전 8시 45분께 도착할 예정이다.

경찰 호송조 190여 명이 동행한 전세기는 전날 오후 7시 26분 인천을 출발해 오후 10시 51분 캄보디아에 착륙했다. 송환된 64명 중 59명은 현지 사기단지 단속 작전에서 검거된 인물들이고, 나머지 5명은 스스로 신고해 범죄단지에서 벗어난 사례로 전해졌다.

대부분은 한국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신분으로, 일부는 인터폴 적색수배자 명단에 포함됐다. 경찰은 국적기 내부가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되는 점을 근거로, 탑승 직후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기내에서 곧바로 체포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송환은 한국 범죄자들을 전세기로 한 국가에서 한꺼번에 송환한 사례로는 세 번째이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에 가담해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기쁜 소식? 웃기지 말라”…송환 소식에 피해자 분통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 소식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조직의 ‘부업 사기’에 당해 1억 4800만원을 잃은 A씨(48)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들 때문에 수백, 수천 명이 파산했는데, 송환 소식이 기쁜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A씨는 “물건을 대신 구매해 보내면 보수를 준다는 말에 속아 대출까지 받았다”며 “매달 380만원씩 개인회생금을 갚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가 속은 조직은 캄보디아와 태국을 오가며 로맨스 스캠, 노쇼 사기,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이 조직의 팀장격인 B씨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범죄단체가입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이달 1일 검찰로부터 징역 40년을 구형받았다. 이 사건의 피해액만 155억5000만원, 피해자만 359명에 달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변제할 재산이 없다”는 진술이 나와 피해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또 다른 피해자 C씨(35)는 “법정에서 판사가 ‘피해자들이 가져갈 돈이 있겠느냐’고 묻자 검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며 “팀장 역할을 했는데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잡힌 건 하부조직뿐…범죄수익은 이미 중국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송환이 단순한 검거로 끝나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주범이 여전히 잡히지 않아 피해자 배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며, 범죄수익 대부분이 중국계 조직으로 흘러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미국·영국이 캄보디아 ‘프린스 그룹’을 제재한 것처럼, 우리 정부도 관련 기업과 단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송환이 피해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범죄조직 해체와 주범 검거, 그리고 해외 은닉 자산 추징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허무한 귀국 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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