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지역기업 중심의 산업 선순환 모델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산시는 15일 오후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강림인슈·케이시스와 총 1022억 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이번 투자로 38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박형준 시장과 시명선 강림인슈 회장, 천병민 케이시스 대표가 참석해 협약서에 서명했다. 이번 투자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이 다시 부산에 투자하는 ‘지역 재투자’ 모델로 의미가 크다고 시는 설명했다.
강림인슈는 803억 원을 투자해 기장 명례산단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극저온 단열재 생산 공장을 11월 착공한다. LNG 운반선의 단열 핵심 부품인 화물창 인슐레이션 패널을 자체 기술로 생산, 조선산업의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다.
현재 전 세계 LNG선의 70%를 한국이 생산하지만, 화물창 기술은 여전히 프랑스 지티티(GTT)사가 독점하고 있어 매년 막대한 로열티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강림인슈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부터 조선소들과 공동으로 한국형 화물창 개발에 착수, 2017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번 신규 투자를 통해 강림인슈는 지능형 자동화 라인을 갖춘 첨단 생산공정을 구축하고 차세대 극저온 단열재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강림인슈는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주력 제품 생산시설은 부산 기장군과 사하구에 저검을 두고 있다”면서 “사업 확장을 위한 초기 투자 단계에서부터 수도권 및 타지역으로 이전 대신 부산에 재투자를 선택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창업한 케이시스는 219억 원을 투자해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일원으로 본사를 확장 이전한다. 분산된 생산라인을 통합해 물류 효율을 높이고 스마트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LED 전광판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케이시스는 국내 최초로 조달청 우수·혁신제품 지정을 받은 기업으로, 2022년부터 3년 연속 공공 및 민간 납품 1위를 기록했다. 최근 약 1000평 규모의 자동화 공장을 완공해 연간 10만 개 이상의 LED 모듈을 생산하며 ‘전광판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확장 이전 후에는 직접 생산 시스템과 핵심 연구 인력 확보, 신기술 설비 투자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부산을 ‘K-디스플레이산업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번 협약은 이들 기업이 다시 부산에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수도권 이전 대신 지역 내 확장을 택한 두 기업의 결정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지역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박 시장은 “강림인슈와 케이시스의 투자는 지역 기업이 부산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며 “시도 기술 중심 기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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