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돼 고문 끝에 숨진 사건과 관련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됐던 또 다른 피해자에게서 한국인들이 이름 대신 1호, 2호 등 번호로 불리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3일 SBS에 따르면, 숨진 대학생 박모씨와 함께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감금됐던 40대 남성 A씨는 "중국 조직원들이 박씨는 '21호'라고 부르라고 지시했고 나는 '2호'로 불렀다"면서 "1호, 2호 등으로 번호를 매겼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조직에 감금된 후 135일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A씨와 박씨를 포함해 총 23명의 한국인이 같은 조직에 붙잡혀 있었다. A씨는 "박씨 몸 상태는 엉망이었고 제대로 바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며 "(그곳에서) 사람 아닌 물건이나 소모품처럼 느껴졌다"며 "자신들 이권을 위해 쓰는 타이어 정도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층 침대에 묶고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 고문을 했다"며 당시 상황이 극심한 폭력과 고통으로 점철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보도와 함께 공개된 음성파일에서도 폭행 정황이 드러났다. 피해자가 “모른다”고 말하자, 조직원은 “또 모른다고 하라”며 “손 대라”고 지시하는 대화가 담겨 있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최근 캄보디아로 일하러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사례가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박씨는 대학 선배의 소개로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에 따라 국내 연계 조직에 대한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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