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방위군 투입을 불허한 연방법원 명령을 피하고자 다른 주들에서 주방위군을 동원해 재차 투입하면서 현지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티나 코텍 오리건 주지사는 연방정부에 의해 동원된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약 100명이 4일 밤 오리건에 도착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오리건 주정부에 대한 사전통보 없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리건주 측은 연방정부에 의해 추가로 도착 예정인 병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주방위군 400명도 오리건과 일리노이, 그리고 다른 곳에 투입될 것이란 관측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숀 파넬 국방부 대변인도 약 2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장병이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재배치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공무를 수행하는 연방 공무원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다.
이에 대해 코텍 오리건 주지사는 “오리건에 군사적 개입 필요성은 없다”며 “포틀랜드에서 무장봉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국가 안보에 아무런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리건은 우리의 고향이지 군사 목표물이 아니다”라고 성명서를 통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5일 시위가 포틀랜드 시내의 단 한 개 블록에서만 열렸고 똑같은 날에 1만 1800명이 참여한 포틀랜드 마라톤도 함께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뉴섬 주지사도 5일 성명서에서 이 같은 조치를 비판하며 “숨막히는 법과 권력 남용”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 싸울 것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이런 무모하고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국민이 침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5일 밤 성명서를 내고 “오리건 주방위군의 불법적인 연방정부 동원을 중단시킨 어제 (연방)지방법원 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노골적이고 (법원을) 무시하는 수작을 부렸다”고 일갈했다. 그는 연방정부에 의해 동원될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병력이 약 300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연방정부에 의한 이번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병력 배치를 중단시켜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연방지방법원에 냈으며, 댄 레이필드 오리건주 법무장관은 6일 재판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텍사스 주방위군 400명도 동원해 오리건, 일리노이와 다른 곳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은 5일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과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포함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공문을 통해 확인됐다.
미국 주방위군은 평상시 주지사에게 지휘권이 있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대통령 지시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원될 수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포틀랜드의 ICE 등 주요 시설이 폭력적인 급진좌파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리건주에 대해 주방위군 지휘권을 지난달 27일 발동한 바 있다. 이후 미 국방부는 포틀랜드에 60일 간 주방위군 200명을 동원해 투입하겠다는 공문을 오리건주에 보냈다. 이에 맞서 오리건주와 포틀랜드시 역시 법원에 이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지난달 28일 제기하며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들의 긴급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의 카린 이머거트 판사는 4일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소규모 시위가 연방군 투입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주방위군 투입 중단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를 허용할 경우 오리건주의 주(州) 자치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이 가처분명령을 내린 당일에 오리건 주방위군이 아닌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오리건에 투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6일에 이머거트 판사의 명령을 취소해 달라고 항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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