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교착상태의 관세 협상과 별도로 진행한 환율 및 비자 관련 협상에서 중요한 합의를 이뤘다. 한미 재무 당국은 1일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거시 건전성 및 자본 이동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해 고려돼야 한다는 원칙도 명시됐다. 아울러 양국 정부는 당국 간 비자 워킹그룹 첫 회의를 열고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로 대미 투자 과정에서 수반되는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또한 ‘전자여행허가(ESTA)’로 B-1 비자와 동일한 활동을 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날 한미 간 환율 합의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아졌다. 미국 측의 전문직 취업 비자 할당 부족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차질 문제도 비자 합의를 통해 임시적이나마 풀리게 됐다. 남은 과제는 한미 양국이 신속하고 세심한 후속 조치를 통해 실효성 있는 변화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우선 양국이 이달 중 설치할 주한미국대사관의 ‘전담 데스크’를 통해 입국 사증이 원활하게 발급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현장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를 뒷받침할 미국의 별도 비자 프로그램 신설도 절실하다.
한미는 환율·비자 협상 타결을 발판 삼아 관세 협상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야 한다. 때마침 미국은 환율 합의에서 시장 모니터링 대상에 ‘외환시장 안정’을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 이를 ‘한미 무제한 통화 스와프’ 추진의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 무제한 통화 스와프는 우리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필요 조건으로 내세운 중대 사안이다. 다만 이번 환율 합의 실행 과정에서 우리의 통화 주권이 침해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연도별로 우리의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 정보를 대외에 공개하고, 월별 시장 안정 조치 내역을 미국에 공유하기로 한 약속이 자칫 외환 정책의 경직성을 초래해 환율 불안에 대한 적기 대응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한미 정부의 보다 명확하고 정교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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