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까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증액 검증을 요청한 사업장이 이미 지난해 규모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정비사업 현장의 공사비 갈등이 본격화해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효과적인 중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통합 중재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22일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에 올해 7월까지 38건의 공사비 증액 검증 요청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1~12월 접수된 요청 건수(36건)를 뛰어넘는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에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이 타당한지 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증가세다. 이 같은 추세는 2022년부터 자잿값 상승이 본격화하며 각종 공사 현장에서 시공사와 정비조합·시행사 간 갈등이 속출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사비 검증 요청이 늘면서 액수도 급등했다. 올해 7월까지 접수된 검증 요청 액수는 총 5조 6820억 원에 달한다. 2020년(1조 5684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62%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실제로 증액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증액 필요인정액’은 올해 기준 4조 5340억 원으로 신청액의 약 79.8%를 차지했다. 즉 시공사가 인상한 공사비 가운데 20%는 한국부동산원이 ‘깎아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올해는 시공사가 공사비를 10% 이상 올려달라고 요청한 비중이 유독 높았다. 5년간 접수된 공사비 검증 요청 171건 중 10% 이상 증액을 요청한 건수는 101건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는 38건의 요청 중 10% 이상 증액 사안이 24건으로 63%의 비중을 보였다. 최근 들어 공사비 증액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과 다른 기관들의 공사비 검증 결과를 현장에 곧바로 강제하기는 어렵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는 조합과 시공사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논의를 거쳐 적절한 수준의 증액 규모를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을 고집해도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장에선 갈등 장기화에 따른 금융 비용 우려에 조합이 시공사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공사비 갈등과 해결 방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정부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총괄하는 ‘통합분쟁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이곳에서 전국의 공사 관련 분쟁을 다루고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위원회의 결정에 ‘제소 전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할 방침이다. 다만 화해가 성립되려면 시공사와 조합 양쪽이 모두 수용해야 하는 만큼 철저하게 중재·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의원은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면 주택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이고 객관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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