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6년 만에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에 나선 국민의힘은 “인민 독재의 암흑이 몰려오고 있다”며 민주당에 총구를 겨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가출한 불량배를 누가 좋아하겠느냐”며 야당을 자극했다. 극한 대립 구도를 이룬 여야는 정기국회에서도 팽팽한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 책임과 실체 규명 없이 대한민국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라며 “내란과 민생을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대구 장외투쟁에 나선 국민의힘에는 “장외투쟁과 대통령 탄핵을 운운하는 건 명백한 대선 불복”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내란 척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뒷받침하겠다”며 “국정조사 위증자 처벌을 위해 국회에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도 개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해 국민의힘은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대규모 장외투쟁으로 대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들이 전국 당협 소집령을 내려 거리로 나선 건 2020년 1월 이후 약 5년 8개월 만이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국민의힘 자체 추산 7만여 명이 몰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규탄대회가 열린 동대구역 앞 광장에서 “정치 폭력은 일상이 됐고 이제는 대법원장을 제거하겠다며 쓰레기 같은 정치 공작까지 감행하고 있다. 정치 특검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날뛴다”며 “정청래 대표는 하이에나 뒤에 숨어 이재명 대통령과 김어준의 똘마니를 자처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윤석열 내란수괴 똘마니 주제에 어디다 대고 입으로 오물을 배설하냐”며 “그 입 다물라”고 맞받았다.
이날 규탄대회 현장에는 ‘윤 어게인’ 세력이 다수 포착됐다. 집회 현장 곳곳에는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 깃발이 내걸렸다. 장외투쟁이 ‘아스팔트 극우’로 얼룩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최 측은 “행사 성격에 맞지 않는 구호는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당은 27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와 함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여야 합의가 없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안 통과 자체를 막기는 역부족이지만 이를 통해 여당의 ‘입법 폭주’를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여야는 그간 이견이 없었던 분야로 여겨졌던 ‘배임죄 폐지’를 두고도 대립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의 정책 우선 목표 중 하나로 “경제 형벌 합리화 약속을 지키겠다”며 “배임죄는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에서) 완전히 합치를 본 건 아니다”면서도 “배임죄 폐지 원칙을 향해 나가야 한다는 걸 일관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완화보다 배임죄가 먼저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경기도 법카 유용,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성남FC 사건 모두 배임죄로 기소돼 있는데 배임죄 다 날아간다”며 “유전무죄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재명무죄’는 처음 듣는다”고 비꼬았다.
여야는 조희대 대법관을 두고도 맞붙었다. 장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을 몰아내고 사법부를 장악해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을 비난하기에는 국민의힘은 심각한 자격 미달”이라고 반박했다.
여야 대치는 25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 분리,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방해로 당장 처리하기 어려워진 금융감독위 설치 법안 관련 법안들을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공통 민생 공약 처리를 위해 구성하기로 한 민생경제협의체는 계속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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