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국제경기장으로 사용된 미사경정장이 2002년 이후 20년이 넘도록 하남시민에게 주차장 조차 개방하지 않고 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국가 정책에 협조를 하고 고통을 감내해 온 만큼 정부가 미사경정장을 무상양여 방식으로 시민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광연 경기도 하남시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문화·여가 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국가자산이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사행·소비·향락 산업을 확산시켜 청정도시 하남시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남미사경정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986년 6월 하남시 미사동 일대에 개장한 조정 경기장이다. 주경기장 112만 8592㎡, 워밍업장 2만 1341㎡ 규모의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공공용지로,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당시 조정·카누 경기를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국제 경기장으로서 역할을 다한 미사경정장은 1995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림픽 경기시설을 보존하고 레저휴식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미사리경정공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정작 2002년부터 사행성 산업인 경정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 2회 경정 경기가 있는 날에는 주변 일대가 북새통을 이뤄 주민들의 거부감을 키우는 데다 도박 중독자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게다가 지난해 기준 경정장을 운영해 352억 원의 수익을 거둔 미사경정장에서 하남시에 내는 레저세는 수익금의 3%인 10억 원에 불과해 재정 기여도 마저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시의회는 지난 6월 열린 정례회 본회의에서 금 의장이 대표 발의한 ‘미사경정공원 부지 반환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금 의장은 “경정 경기가 있는 날에는 교통 혼잡에 주차난, 소음, 환경오염 등 시민들의 행복추구권과 환경권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무상양여가 첫 번째 목표이긴 하지만 하남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공시지가 기준 2800억 원의 매입비용을 10년 동안 나눠 출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하남시는 교산지구 개발까지 완료하면 인구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이 지역을 K스타월드, 국가정원 등의 굵직한 개발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뿐 아니라 파크골프장과 같은 체육시설을 조성한다는 게 금 의장의 구상이다.
시민들도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오는 22일 ‘미사경정공원 반환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대규모 서명운동과 시민 참여 캠페인을 전개해 여론 결집과 확산이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금 의장은 “수익은 극대화 하면서 하남시민에 대한 혜택이나 배려는 전무한 미사경정장의 행태에 시민들도 분노하고 있다”며 “33만 하남시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 중앙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력을 극대화 해 반드시 미사경정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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