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수질 논란으로 24년간 중단됐던 평창 도암댐 방류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겪고 있는 생활용수 부족 문제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장기화된 가뭄으로 지역 경제 위축은 지속되고 있다.
강릉시는 평창군 대관령면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한다고 10일 밝혔다. 20일로 예측되는 시험 방류를 거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곧바로 본격적인 공급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하루에 1만 톤 분량의 원수를 확보하게 된다. 도암댐 도수관로에는 약 15만 톤의 물이 저장돼 있다.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방류수를 계속 받아들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강릉시 측은 “오봉저수지의 수위 하락세를 늦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방류는 도암댐 내 물을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부 판단에 강릉 시민이 동의한 결과다. 가축 분뇨나 농약 유입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가 불거져 방류가 중단된 2001년 이후 24년 만이다. 강릉시는 △주민 대표 △시민단체 △시의회 등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향후 학계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안정성도 추가로 점검하기로 했다. 생활용수로의 활용이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방류를 중단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앞서 전문 기관을 통해 방류수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먹는 물 기준을 충족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주민들은 일단 비상 방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정제를 거쳐 일정량 이상의 생활·농업용수부터 공급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릉 주민 김 모 씨는 “기부받은 물량이 이제는 충분해진 음용수와 달리 생활·농업용수가 계속 문제”라면서 “도암댐 방류로 가을배추 농사에도 숨통이 트일 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한 모 씨는 “화장실과 설거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며 “어떤 물이든 공급만 된다면 주민들 생활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류수 공급만으로는 가뭄이 생계에 미치는 전방위적 타격을 막기에는 한계가 뚜렷한 상태다.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던 지역 대표 축제까지 잇따라 중단되면서 경제적 타격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서다. 이상무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타 지역보다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실질적 어려움이 크다”면서도 “축제로 외부 관광객이 유입돼 시민의 몫이 줄어들면 일상생활 자체가 마비되다 보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강릉시는 올가을 예정됐던 ‘어머니길 걷기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 ‘꿈의 무용단·극단 공연’ ‘문탠투어’ ‘농악 한마당’ 등도 잠정 연기됐다. 10월 열릴 ‘경포 마라톤대회’는 코스를 주문진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강릉시청 관계자는 “대부분 행사를 잠정 연기했고 체육 경기처럼 일정 변경이 불가한 경우는 무관중이나 축소 운영, 온라인 전환 등의 방식을 활용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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