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대표 관광도시 베네치아에서 소매치기 범죄가 잇따르자 현지 주지사가 상습 소매치기범에게 전자 팔찌를 부착하자는 강경 대책을 내놨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의 루카 차이아 주지사는 “관광객은 신성불가침한 존재인데, 거리와 골목을 걸을 때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다”며 “베네토의 모든 도시와 베네치아의 무결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느낀다”고 밝혔다.
차이아 주지사는 특히 소매치기를 “사소한 범죄가 아니라 시민, 관광객, 기업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라고 규정하며, 상습 소매치기범에게 '전자 팔찌'를 채워 특정 범행 구역에 접근할 경우 즉시 당국에 경보가 울리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이 같은 대책까지 거론한 배경에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상이 있다. 해당 영상에는 50세 미국인 여성 관광객이 자신의 가방에서 지갑과 에어팟 등을 훔친 10대 소매치기 3명을 직접 추격해 붙잡는 장면이 담겼다. 이 여성은 범인 중 14세 소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경찰이 올 때까지 약 1시간 가까이 놓지 않았으며, 영상은 틱톡에서 4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미성년 소매치기 2명을 절도 혐의로 체포했으나 곧 보석으로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지역 범죄 조직들이 ‘14세 미만 청소년은 기소 불가’라는 법적 허점을 악용해 어린이를 조직적으로 소매치기에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소매치기범이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관광객이 법정에 출석해서 증언해야 하는데, 재판이 열릴 시점에는 대부분 관광객이 이미 베네치아를 떠난 뒤라 실효성 있는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잇따른 범죄에 베네치아 주민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리알토 다리 인근 골목에 ‘소매치기 골목’이라는 현수막을 직접 걸며 범죄 조직 단속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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