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과 강남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손에 들린 쇼핑백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양손 가득 채웠던 대형 면세점 쇼핑백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작은 약국 봉투와 피부과 처방전이 새로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닌 전 세계적인 여행 트렌드로 확산 중이다.
글로벌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트래블 트렌드 2026’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33%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현지의 뷰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여행객을 ‘글로우매즈(Glowmads·뷰티 유목민)’로 정의했고 서울을 ‘글로벌 뷰티 문화의 상징(Global symbol of beauty culture)’으로 지목했다.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인의 스타일과 외모 관리 문화를 동경해 온 글로벌 팬덤이 이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직접적인 ‘관리’와 ‘체험’을 위해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소비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비자코리아가 분석한 방한 외국인 소비 데이터(2024년 4월~2025년 3월)에 따르면 면세점과 백화점 등 전통적인 쇼핑 채널의 성장세는 둔화된 반면 의료·헬스케어 업종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급증했다.
특히 약국·드럭스토어 매출은 무려 63%나 늘었다. 피부과 시술 후 필수적인 재생 크림을 구매하거나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영양제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이른바 ‘K-약국 투어’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소비 방식 또한 고가 상품 중심에서 개인 취향을 반영한 '가성비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2018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외국인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방한 외국인의 1회당 평균 지출액은 2019년 약 15만 원에서 지난해 12만 원으로 약 20% 줄었다. 반면 1인당 총 지출액은 83% 증가했다. 이는 구매 횟수가 124%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고가 상품 위주의 소비에서 중저가 상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한 것을 보여준다.
최근 외국인들이 서울을 찾는 이유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서울을 ‘웰에이징의 메카’로 소개하면서 미국 여성들이 피부과 시술 일정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뷰티 여행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는 5000달러(약 730만원)가 넘는 시술을 서울에서는 여행 경비를 포함해도 비슷하거나 더 낮은 비용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클리닉들은 외국인 환자를 위한 통역 서비스는 물론 예약· 결제·세금 환급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며 의료 관광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쇼핑 관광 행사인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1~2월)’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행사 참여 기업 가운데 미용·건강 분야 업체 비중은 지난해 약 10%에서 올해 18%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면세점과 백화점 중심의 전통적인 쇼핑 축제에서 벗어나, 뷰티 서비스와 체험형 콘텐츠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관계자는 "항공, 숙박, 쇼핑뿐만 아니라 뷰티,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민간 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으며 특히 K-뷰티 업계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 쇼핑 혜택은 물론 퍼스널 컬러 진단이나 메이크업 클래스 등 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해 방한 관광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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