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2호선 독정역과 인접한 검단신도시의 한 택지. 8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공공주택 바로 앞에는 잡초가 무성한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2~2023년 매각을 시도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불발된 자족용지다. 부지 면적은 4만 ㎡(1만 2000평)에 달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뒷산에 공동묘지가 있는데 사옥이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올 리가 없지 않으냐”며 “대형 공사 차량 주차장으로 쓰이면서 땅이 놀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2기 신도시가 미매각 용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3기 신도시 도시지원시설용지 물량에 대한 ‘과잉 공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는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해 공장·연구소·업무 및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는 땅이다. 3기 신도시에 예정된 부지는 약 500만 ㎡로 전체의 약 11%를 차지한다. 비중은 2기 신도시(5%)의 2배에 달한다.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미매각 리스크를 줄이고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거용지로의 전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도시지원시설용지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광명시흥으로 규모가 135만 ㎡에 달한다. 이어 남양주왕숙(122만 ㎡), 고양창릉(73만 ㎡), 인천계양(63만 ㎡), 하남교산(61만 ㎡), 부천대장(48만 ㎡) 순이다. 전체 부지에서 도시지원시설용지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인천계양으로 19%에 달한다. 부천대장과 남양주왕숙도 각각 약 15%, 9.8%다. 공원 등을 제외하고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부지로 면적을 좁히면 비중은 30~40%대로 더 커진다. 이는 11곳의 2기 신도시(약 536만 ㎡)와 맞먹는 규모다. 2기 신도시의 경우 도시지원시설용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 안팎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제2의 판교’를 목표로 도시지원시설용지를 경쟁적으로 확대한 결과”라며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고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매각 실패는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2기 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용지도 아직 모두 매각하지 못한 상태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기 신도시 도시지원시설용지 536만 ㎡ 중 미매각 부지(공급 예정 포함)는 167만 5000㎡에 달한다. 3분의 1은 여전히 빈 땅인 셈이다. 지역별로는 평택고덕(60만 ㎡)과 인천검단(40만 ㎡)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지원시설용지에 지을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은 지식산업센터다. 설상가상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과잉 공급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경기도 지식산업센터(16만 2509실)의 공실률은 14%를 기록했다. 이천시(70%), 양주시(68%), 오산시(39%), 과천시(37%) 등은 공실률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상가상으로 더 많은 공급 물량이 대기 중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수도권에서 착공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는 총 95곳이다.
과잉 공급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용도 변경을 통해 3기 신도시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비중을 낮추고 있다. 하남교산은 지난해 75만 5000㎡(12%)에서 61만 ㎡(9.7%)로 줄였고 남양주왕숙도 139만 ㎡(13%)에서 122만 ㎡(9.8%)로 축소했다. 여기에 LH는 최근 카카오와 남양주왕숙에 연면적 9만 2000㎡ 규모의 디지털허브를 건립하는 협약을 맺는 등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투자 위축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올해 6월 송파구 업무용지 1필지를 공급한 결과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도 2020년 발표한 ‘3기 신도시 개발 전략 및 계획 기준 수립 연구’ 보고서에서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자족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표했으나 새로운 산업 수요의 부족과 규모의 과대 등 실현성에 대한 문제가 표출되고 있다”며 “수도권에는 이미 제3 판교와 일산·광명시흥 등 여러 곳에 테크노밸리 등 도시첨단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어 소모적 경쟁으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지원시설용지 비중을 낮추고 주거용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는 지자체가 부지 용도를 변경할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구조”라며 “중앙정부와 LH·지자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부지 용도 변경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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