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미국이 한국에 빌려 쓰고 있는 주한미군 기지의 부지 소유권을 미국이 넘겨받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을 시사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큰 군사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한국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부지를 짓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한국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대규모 군사기지가 있는 땅의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우리(한미)는 군사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한국은 우리에게 땅을 줬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사실은 임대한 것이다. ‘주는 것’과 ‘빌려주는 것’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기지 부지 소유권 이전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한민국 헌법상 영토의 일부를 외국에 양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를 검토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정서상 추진 자체가 어렵다. 국회 비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양국 간 맺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해 미군의 한국 주둔을 허용했고 구체적 기지 및 토지 제공 방식은 1966년 발표한 SOFA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통해 기지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이 함께 부담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SOFA 2조에 따라 미군이 사용하는 토지와 시설은 한국 정부 소유다. 한국 측이 부지를 공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군은 운영 주둔 및 운영 목적의 사용권만 갖고 있을 뿐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브리핑을 통해 “주한미군 기지는 공여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이탈리아 등의 모든 미군 기지도 사용권만 행사하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은 만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협상용 카드로 꺼낸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 미국 측이 주한미군 감축 및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논평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자체 방위비 지출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심지어 한국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미국이 소유해야지 임대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는데 이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가 ‘영토’에 대한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2기 취임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그린란드·파나마운하 등을 병합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