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반탄(탄핵 반대)파 후보들만 결선에 진출하면서 여당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누가 야당 대표가 되든 강성인 탓에 가뜩이나 얼어붙은 여야 관계가 한층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대결 구도가 민심 이탈로 이어지는 만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협치 행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을 하겠다”며 대야 공세 수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특히 방미 중인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야당 대표와 대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누가 야당 대표가 되든 여야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대표 결선투표에 진출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던 강성 인사여서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내란 세력과 협치는 없다’는 기조 아래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해왔는데 국민의힘에 강성 지도부가 자리 잡으면 이러한 대결 구도가 한층 심해진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미 국민의힘의 송언석 비대책위원장 체제를 상대로도 강경 일색의 태도를 보였다. 15일 광복절 행사와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두 번이나 송 비대위원장과 나란히 앉았으나 대화나 악수는커녕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던 모습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이에 더해 “(국민의힘을) 10번·100번 해산시킬 수 있다”며 강경한 발언도 심심찮게 했다. 이날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2차 상법 개정안을 두고 “경제 내란”이라고 비판하자 “내란 세력이 스스로 내란을 입에 올리다니 깜짝 놀랐다”며 “문제는 내란 척결”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문수 후보가 자신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쇠파이프로 현관문을 다 깨고 대사관저에 불을 지르는 아주 흉악한 분”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며 “정정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협치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도부의 강경 일변도가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정 대표가 야당을 만나서 악수도 하고, 대화도 하고, 협치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도 24일 반탄파 후보가 국민의힘 차기 대표가 되더라도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일정을 마치고 미국 워싱턴으로 가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탄핵에 반대하는, 내란에 동조한 것 같은 정치인 지도 그룹이 형성되면 그냥 용인할 것이냐는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대통령에) 당선돼 국정을 맡는 순간부터 여당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일단 공식적·법적인 야당의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야당에 대한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에 대해서는 “정 대표는 당 대 당으로 경쟁하는 입장이고 저는 양자를 다 통합해서 대한민국 전체를 지휘해야 할 입장이라 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라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의 행동 변화 요구에 선을 긋고 여당과 정부의 ‘역할 분담론’을 고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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