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군 경부선 철로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철로 점검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을 잇따라 충돌해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했다. 2022년 경기 의왕 오봉역 산업재해 사고 이후 정부는 철도 노동자 사망 사고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또 다시 비극적인 사고가 되풀이 된 것이다.
코레일과 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10시 50분께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도에서 동대구역에서 경남 진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 제1903호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었다.
이 사고로 이모(37)씨, 조모(30)씨 등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7명 가운데 1명은 원청인 코레일 소속이며 사망자를 포함한 나머지 6명은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직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올해 입사한 신입 직원으로 평소 선배인 이씨와 한 팀을 이뤄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5명은 현재 경주·경산·안동 소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이들은 최근 청도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까닭에 선로 인근 비탈면에서 구조물 육안 점검 등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열차에는 승객 8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탑승객 중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고 구간 하행선 운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오후 2시 기준 KTX 6대와 일반 열차 12대가 각각 20~50분, 20~60분 지연됐다.
경찰과 코레일은 즉각 사고 원인 조사에 나섰다. 당시 무궁화호 열차는 작업을 위해 걷고 있던 근로자들을 뒤쪽에서 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위치가 곡선 구간이라 열차 기관사가 사고 지점까지 이르러서도 선로 주변 작업자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철도안전정책관, 철도안전감독관, 철도경찰, 교통안전공단(조사관) 등 초기대응팀을 현장에 급파해 신속한 사고 복구 지원과 원인 조사에 나섰다. 국토부는 또 관련 법령을 검토해 위법 사항을 발견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코레일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도 한 해 동안 끼임·충돌 등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4번이나 발생하며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나서 합동수사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등은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나희승 당시 코레일 사장 등에 대해 처벌을 시도했다. 그러나 2024년 5월 22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3부가 나 전 사장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한 탓에 불발에 그쳤다. 다만 정부는 나 전 사장을 해임하며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노동법 전문이자 공인노무사 출신의 김남석 변호사는 “철도 사고는 발생하기만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업 중에는 철도에 열차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예방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사고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극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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