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합동 연설회에서 당권 주자들이 아닌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가 관심의 한가운데에 섰다. 전 씨가 찬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선동하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보수 통합을 기치로 내건 전당대회가 ‘분열의 장’으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전 씨는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기자석에 앉아 생중계 방송을 진행했다. 전 씨는 찬탄 후보들의 연설 중 여러 차례 훼방을 놓았고 대구·경북 당원들도 이에 동조하며 현장에 소동이 벌어졌다.
발단은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홍보 영상에서 전 씨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면서부터다. 불쾌한 반응을 보인 전 씨는 김 후보의 정견 발표 중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손을 들고 “배신자”를 수차례 연호했다. 이에 전 씨를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도 힘을 보태며 현장은 “배신자”를 부르짖는 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야유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자 김 후보는 손가락으로 기자석을 가리키며 “저기 나온 전 씨 같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몽령이라 정당화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나”라고 직격했다.
전 씨는 자신과 친분이 깊은 장동혁 후보가 연설에 나서자 “아스팔트에서 전한길과 같이 싸운 사람”이라며 두 손을 들고 응원했다. 이어 찬탄 후보인 조경태 후보가 연단에 서자 “배신자”라며 “지지율이 떨어진 건 윤석열이 아니라 내부에서 총질한 너 때문이다”라고 외쳤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AGAIN 전한길과 함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보고 의자 위로 일어나다 안전 요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조경태·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전 씨가 전당대회 화제의 중심에 오르면서 당권 주자들에게도 그와 관련된 질문이 빗발쳤다. 조 후보는 전 씨의 선동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반헌법적 불법적인 행위를 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규정한다”며 “당 대표가 돼 확실하게 정리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자기와 의견이 다르다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방해하는 행위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문수 후보도 “정견 발표인 만큼 상대방을 잘 경청하는 모양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그 상황을 잘 모르겠다”며 “당의 축제인 만큼 전당대회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도록 축제의 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 경고한다”며 “혼란을 불러일으킨 전 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에 대해 향후 일정 출입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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