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8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 연설회에서 저마다 보수 재건 적임자를 자처하며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당의 미래를 제시하긴커녕 ‘윤석열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찬탄(탄핵 찬성) 대 반탄(탄핵 반대)’ 후보 간 진흙탕 싸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이날 열린 대구·경북 합동 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 4인은 “내가 이재명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고 당심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당의 문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혁신 방향을 두고서는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정권이 집권한 지 두 달 만에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파탄이 났다”며 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해산시키기 위해 내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을 해산해야 될 것인지, 국민의힘을 해산해야 될 것인지 공개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이재명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손을 잡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명(반이재명) 독재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김 후보보다 더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장동혁 후보는 “당원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우리 당의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찬탄파를 겨냥해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어줬던 사람들이 탄핵 반대를 외쳤던 당원들을 향해 극우니, 혁신의 대상이니 큰소리를 치고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구속돼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지만 내란 세력으로 몰릴까 절연하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반면 조경태 후보는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윤 어게인’을 부르짖을수록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지지만 우리 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해당 행위를 일삼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당의 미래는 없다”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듭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도 “계엄에 찬성하고 윤 어게인을 신봉하는 극단 세력의 대변자들이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 와서 표를 맡겨놓은 것처럼 손을 벌리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통합’ 대신 ‘분열’ 양상만 부각되면서 국민의힘은 컨벤션 효과(정치 행사에 따른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당 지지율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며 시름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흩어진 민심을 다시 모으는 국민의힘 재건의 출발점”이라며 보수 단합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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