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가까이 계속된 의정 갈등 사태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올 하반기 정기 모집 때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같은 진료과·연차로 복귀하는 경우 정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병역미필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입영 시기도 최대한 배려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와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질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이같이 합의했다. 정부가 2월과 5월 모집 당시 사직 전공의 복귀 독려차 부여했던 특례 조건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날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병원·과목·연차별 결원 범위 내 전공의 모집을 원칙으로 하되 사직 전 근무하던 병원의 같은 과목·연차로 복귀하는 경우 수련병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초과 정원이 발생하면 절차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는 또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 모집을 통해 수련에 복귀하는 경우 관계 부처와 협의해 최대한 수련을 마친 후 입영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복귀 규모에 따라 수련 도중 입영할 수도 있을 텐데 이 경우 사후 정원을 인정하기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전협 비대위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가지 요구를 내놓았다. 정부는 향후 격주로 수련협의체 회의를 열고 다음 달 출범할 ‘국민참여의료혁신위원회(가칭)’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사실상 지난해 2월 집단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한 것이다.
이미 입영한 전공의들이 올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수 있게 해달라는 대전협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직 전공의들이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그간 적용한 조치 수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전공의 모집이 재개됐을 때 지역·필수의료 분야 복귀율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의대생에 이어 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특혜 논란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 요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여당은 의료 공백의 책임자인 전공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환자의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관심이 부족하다”며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성존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 보장은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장기적 과제가 많지만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리스크 부담 완화,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 문제 등에 관한 논의가 시작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3대 요구안을 포함한 후속 논의가 조속히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속한 의료 현장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 일원역 빌딩에서 환자·소비자단체 대표들과 만나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1년 반 동안이나 지속되면서 많은 불안과 불편을 겪으신 국민과 환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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