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간 의사를 뛰어넘는 의료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발표해 의료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진단이 까다로운 질병 사례 304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실험한 결과 MS의 ‘AI 진단 오케스트레이터(MAI-DxO)’는 최대 85.5%의 진단 정확도를 구현해냈다. 반면 인간 의사들은 평균 20%를 맞히는 데 그쳤다. 의사 역할을 하는 5개의 AI 에이전트들이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주요 AI 모델에 질의하는 방식으로 전문의들의 치료 방안 논의 과정을 모방한다. MS는 MAI-DxO가 비용을 의식하도록 설계돼 상용화될 경우 각국의 보건의료 비용 재정을 절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헬스케어 업종은 구글·MS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장기간 안정적 매출을 안겨줄 수 있는 매력적인 수익원이다. 시장조사 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이 연평균 41.8%씩 성장해 2030년 18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 역량과 양질의 의료 데이터 등을 토대로 글로벌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50.8%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의료기관들도 대규모언어모델(LLM) 자체 개발에 한창이다. 서울대병원은 올 3월 3800만 건의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유전체 데이터 등을 가명화해 학습시킨 ‘한국형 의료 LLM’을 완성했다. 기존의 의료 LLM은 미국 등 서구권의 의료 지식에 최적화돼 있고 한국어로 된 의료 텍스트나 국내 의료법·진료지침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림대의료원은 코난테크놀로지와 손잡고 전담 LLM을 탑재한 생성형 AI 플랫폼 ‘HAI(Hallym Artificial Intelligence)’를 구축했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기관 내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은 민감 정보를 다루는 의료기관의 디지털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윤희성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이번 HAI 개발은 의료 현장의 변화를 이끄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며 “AI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의료 현실에 맞게 적용하고 이끌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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