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을 마감한 65세 이상 노인이 하루 평균 10명꼴, 연간 3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대한의사협회지에 따르면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박사는 최근 학술지에 게재한 ‘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 논문에서 “노인 자살은 젊은 연령대 자살과 구분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 인구는 1만804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마다 약 3000여 명이 자살했다는 의미인데, 특히 2023년 자살한 노인 수(3838명)를 기준으로 하면 하루 평균 10.5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셈이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하는 사망률은 2023년 65세 이상에서 40.6명이었다. 2019년(46.6명)과 비교해 다소 낮아졌지만 2023년 15~64세(28.0명) 사망률보다는 45%나 높은 수준이다.
오 박사는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며 “노인 자살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 뿐만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 통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 갈등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노년기 우울증은 슬픔·눈물과 같은 전형적인 증상 대신 무쾌감증·무기력함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신체 질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도 높았는데, 주로 진단 초기일수록 그 수가 더 많았다.
그밖에 배우자를 비롯한 중요한 관계의 죽음이나 인간관계 단절, 소속감 미충족으로 인한 좌절, 자신이 짐스러운 존재라는 인식 등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자살 위험군 노인들의 정신보건 서비스 이용률이 다른 세대에 비해 매우 낮은 데 비해 자살 시도가 실제 자살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아 조기 개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자살 수단 역시 치명적인 경우가 많아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살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사망 1년 내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35세 미만 연령대에서 24%를 기록했지만, 55세 이상의 경우 8.5%에 불과했다.
오 박사는 “노년기에는 자살 시도 대비 완수율이 현저히 높다”며 “자살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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