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현지 시각)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서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예상보다 쓰나미 피해가 제한적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정확한 분석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이번 쓰나미가 ‘유순’했던 배경에는 대규모 해저 산사태가 없었거나 단층 이동 폭이 비교적 적었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라비노비치 국제측지·지구물리연맹(IUGG) 국제 쓰나미 위원회 부위원장은 초기 분석에서 “캄차카 인근 쓰나미 높이는 약 4.5m였다”고 밝혔다. 일본 연안에서는 0.3∼0.9m, 하와이 주변에서는 1.5∼1.8m 규모의 파고가 기록됐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최대 30m에 달했던 쓰나미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캄차카에서는 1952년에도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당시 쓰나미는 하와이까지 강타했다. 지진 규모가 0.1만 커져도 방출 에너지가 1.4배 증가하는 만큼, 단순 수치만 보면 이번 지진 역시 잠재적 위험이 컸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의 쓰나미 전문가인 비아체슬라프 구시아코프는 “이번에 대규모 해저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퇴적물과 암석이 대량 이동하면 쓰나미 에너지가 최대 90%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수는 단층 이동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모델링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약 480㎞ 길이의 단층선을 따라 지반이 6∼9m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비슷한 길이의 단층이 최대 45m 이동했고, 이로 인해 ‘괴물 쓰나미’가 형성됐다.
디에로 멜가 미국 오리건대 지진과학센터 소장은 “단층 변위와 해저 산사태 여부 등 세부적인 차이가 쓰나미 규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캄차카는 인구 밀도가 낮아 현지 관측 자료가 부족하다”며 “위성 자료와 현장 조사가 진행돼야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경보 시스템이 제때 작동한 것도 쓰나미에 의한 피해를 줄인 요소로 평가됐다. 멜가 소장은 “하와이와 미국 서해안에서 쓰나미 영향은 미미했지만, 해당 지역이 경보를 받고 신속히 대응한 것은 또 하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1952년 캄차카반도 인근에서 발생했던 지진과 1946년 알래스카 알류샨열도에서 발생한 규모 8.6의 지진으로 하와이에서 수백명의 사망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에 쓰나미경보센터가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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