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해 장성급이 보직되는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국방부가 지난 18일 입법예고한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29일 재입법예고하면서 군 안팎으로 나오는 얘기다.
이날 국방부가 재입법예고한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12·3 비상계엄 등을 포함해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했거나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대령을 준장으로 특별진급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국방부는 지난 2일 평시 공적으로 ‘중령 이하 장병’을 1계급 특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16일 만에 재입법예고를 통해 특진 대상 계급을 ‘대령 이하 장병’으로 확대한 것이 주목된다.
기존 특진 요건은 ‘전투에서 전군의 본보기가 되는 큰 공을 세운 사람’으로 전투,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뚜렷한 공적이 있는 경우였다.
그러나 개정안은 △적과 교전하거나 귀순자 유도 작전 등 현행 작전 수행 간 큰 공을 세워 전군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 △천재지변이나 재난 발생 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조하거나 재산을 보호한 공이 특별히 현저한 사람 △기타 직무수행능력이 탁월하고 군에 큰 공헌을 한 사람 등으로 특진 요건을 확대했다.
이번 군인사법 시행령 개정은 올해 3월 완료된 군인사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군인사법은 ‘군 복무 중 국가를 위해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 대해서는 진급에 필요한 최저 복무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특진시킬 수 있도록 했는데 시행령을 통해 특진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상계엄 때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했거나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한 대령급 이하 장병에 대한 1계급 특진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불법 부당한 지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간부들에 대한 특진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진행한 환담에서 “계엄사태 후 국방부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 같은 지시를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의 이런 지시와 함께 열흘 전에 국방부가 평시 공적으로도 특진이 가능한 최고계급을 중령에서 대령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것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포함해 비상계엄 때 소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대령급 장교의 진급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김병주 의원은 지난 15일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 등을 거론하면서 비상계엄 실행을 막는 데 기여한 장병에게 상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의 민간 수사기관 이첩 지시를 거부하고,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대령도 특진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계기로 국방부 감사관실은 비상계엄 당시 위법 또는 부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장병을 포상하기 위해 지난주 중반부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국방부는 감사관실의 조사 결과를 진급에도 반영하기 위해 진행 중이던 영관급 장교 진급 심사도 미룬 상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특진 대상 계급을 중령 이하에서 대령 이하로 상향 조정한 것은 대령급 현장 지휘관도 많기 때문이지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군 인사는 중령 진급 발표가 애초 8월 8일에서 8월 28일로, 대령 진급 발표가 9월 19일에서 9월 26일로 연기됐다. 대령에서 준장 진급은 후반기 장성 인사와 맞물려 10월을 넘어 11월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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