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로터리’에서 ‘충청권산업투자공사(충청공사)법’에 대해 설명한 뒤 시민과 독자, 기업인, 동료 정치인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그저 공공기관 하나를 더 만드는 게 아니라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낯선 개념인 ‘광역지역 단위 산업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 수도권 쏠림을 해소할 묘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역 단위 산업 정책을 어디서 이끄는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들었다.
충청공사는 단순히 지역 기업에 돈만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성장해야 하는 곳이다. 중앙·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에 필요한 산업을 발굴 및 지원하고 지역 안팎의 산업적 조화를 고려해 인센티브 체계를 개편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를 할 만한 정책적·행정적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충청권’이라는 광역권의 의사 결정과 집행 능력이 담보돼야 한다.
필자가 발의한 충청공사법안도 지역 거버넌스 체계를 뚜렷하게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공사의 주요 정책 결정을 공사 운영위원회에 하도록 했는데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면하는 공사 사장, 산업부 고위 공무원, 각 지자체 부시장 또는 부지사, 산업은행 임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위촉하는 전문가 4인이 참여한다.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남권산업투자공사법’은 중앙정부의 역할이 좀 더 강조돼 있다. 이대로면 지자체나 지역 산업계보다 중앙정부와 중앙정부가 임명한 전문가들의 권한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절충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광역 단위 지역 거버넌스가 부족한 현실을 반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충청권’이라는 문화적·사회적 경계는 확실하지만 충청권 전체를 아우르는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근거로 삼을 게 없다. 결국 지역 산업 정책의 발전은 결국 메가시티 등 광역 단위 지역 행정 거버넌스 재편과 함께 성숙돼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역투자공사와 메가시티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간 여러 광역 거버너스 재편이 시도됐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메가시티 등 광역 단위 행정 개편은 ‘무엇을 하기 위한 개편인가’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공전할 수밖에 없다. 충청공사법은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메가시티에 명확한 목표와 과제를 부여하려는 시도다. 지역의 독자적인 정책 결정권과 이를 뒷받침할 공공 자본이 있어야 메가시티 논의도 본궤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마치고 나니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벌써 재선을 위한 지자체장들의 설익은 행정 체계 개편 방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고 그저 듣기 좋은 얘기들만 묶어 주민들의 귀를 간지럽힌다. 광역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는 문제를 지자체장들의 ‘선거용 허언’에 맡겨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를 딱 1년 앞두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정부와 지자체, 각 정당들은 책임 있게 지방 거버넌스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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