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산업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 받을 수 있는 특별 산업지구 'RE100 산업단지 조성’ 방침을 선언한 가운데 햇빛·바람 등 풍부한 자원과 함께 선제적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전라남도와 울산이 해당 산업단지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RE100 산단으로 지정 시 전기료 할인, 규제 제로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통해 대한민국 에너지신도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종 입지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 팀(TFT) 구성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계기로 RE100 산단 조성 계획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RE100 산업단지 및 에너지신도시 조성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전남 서남권과 울산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도는 이에 대응해 발 빠른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전남은 해남·무안·신안 등 서남권 지역을 포함해 2~3곳에 걸쳐 벨트형 RE100산단을 조성할 방침이다. 2030년까지 총 23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단지 구축과 함께 연간 1조 원 규모의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도 추진 중이다.
전남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정책 선도지역으로 꼽혔다. 이번 RE 100 산단 계획이 문재인 정부 당시 발표된 ‘블루이코노미’ 구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전남은 풍부한 발전 인프라를 바탕으로 또다른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전남도내 전력 자급률은 213.4%로 울산시(228.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6.6GW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19%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전력 계통 포화로 신규 발전 허가까지 제한된 상태라 전남의 점유율 1위 자리는 앞으로도 공고할 전망이다.
전남은 기업도시 솔라시도와 연계한 인공지능(AI) 에너지 신도시, 아시아·태평양 해상풍력 허브, AI 기반 농산업 융복합지구, 첨단식품산업과 RE100 기반 첨단산업 클러스터, AI 컴퓨팅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전남 서남권을 세계적 에너지 혁신지대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단일단지 기준 아시아·태평양 최대이자 세계 2위 규모로 추진 되는 3.2GW 규모의 전남 신안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 정책심의회를 거쳐 집적화단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일조량과 해상풍력 자원을 갖춘 RE100 최적지”라며 “2030년까지 총 23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단지를 구축해 에너지 기본소득 1조 원 시대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광역시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을 앞세워 RE100 산단 유치에 나선다.
울산 앞바다에는 43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며 5.8GW규모다. 이 사업은 RE100 산단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조선해양 산업의 중심지라는 지리적·산업적 장점 덕분에 풍력 터빈 제작·설치,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술력 및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어 산업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RE100 산단이 울산에 들어설 경우 산업단지와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지리적으로 인접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전력 공급 안정성 및 경제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수소도시 지정과 함께 2차전지 생산 클러스터가 형성 중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특히 울산은 전력 사용량이 높은 첨단 산업 유치에도 성공하고 있다. 최근 울산에 유치된 SK-아마존 AI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풍부한 전력 자원과 분산에너지 특구를 통한 저렴한 요금이 해당 센터 유치로 이어졌다. 울산시는 RE100 산단 지정 시 반도체, 클라우드 컴퓨팅, 제약·바이오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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