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기금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의 계약형 방식을 유지하면서 전문기구가 통합 운용하는 공적연금 형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전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을 기금형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30인 이하 중소기업에만 도입된 기금형 퇴직연금(푸른씨앗) 제도 적용 범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퇴직연금 가입자는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기존 계약형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통합 운용하는 기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 기금 운용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전문 운용사가 맡는다. 가입자는 가입 2년 후 희망하는 기금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금형 도입은 현재 2% 수준인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여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현재 퇴직연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2.31%로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안 의원은 “푸른씨앗은 지난해 6.52%, 올해 상반기 7.46% 등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며 “퇴직연금의 수익률 개선은 자연스럽게 가입률과 노후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기금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고용부도 퇴직연금의 기금화 관련 정부 발의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원회도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정부·여당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병합 심의해 최종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기금화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금화로 인해 퇴직연금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안 의원의 발의안은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은행의 기금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아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에는 확정급여(DB)형·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더해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지는 셈”이라면서도 “여러 방안이 검토되는 만큼 다방면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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