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새 정부 1기 내각과 함께한 첫 국무회의에서 해외 원조 사업의 목적과 집행 내역 등 점검을 지시했다.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삭감한 가운데 전체적인 세출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본격 지급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꼼꼼한 관리와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구성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법률안 1건과 대통령령안 18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해외 원조 사업에 대한 점검을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그는 “연간 수조 원이 들지만 납득 가지 않는 사업도 많다”며 “국위 선양과 외교 목적에 (각 사업들이) 맞는지 정리해 보고해달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추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지출 효율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재정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관행적이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낭비성 예산을 과감히 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해외 원조의 경우 투입되는 예산 대비 목적 달성률과 효과를 검증하기 쉽지 않은 만큼 더 면밀하게 검토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안건으로 올라온 ‘예금보호한도 상향’(대통령령안)도 심의하면서 “금융기관이 제도적 혜택을 보는 만큼 금융기관도 수요자의 권리 향상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보증으로 예금자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라가면서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수신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전날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해서는 “물가 관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소비쿠폰 지급이)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는데, 소비쿠폰을 지급하지 않을 때도 이런저런 핑계로 물가가 납득할 수 없는 정도로 자꾸 오른다”며 “물가 관리도 신속하게 엄정하게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소득 지원 효과도 있지만 더 크게는 핵심적으로는 소비 지원, 소비 회복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각 부처 단위로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기록적인 폭우를 언급하면서 자연재해에 대응할 새로운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부처와 관계된 것인 만큼 국무총리가 근본적인 대책을 새롭게 구성해보도록 하라”며 “종합적 대책을 강구해보고 상황도 정확히 종합 분석을 해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도 유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또 유형별로 자연재해에 대한 종합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당부했다.
범부처를 대상으로 한 이번 지시가 이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이 처음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이뤄진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공화국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직접 단장을 맡을 이번 프로젝트는 주 1회 현장을 불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매주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 1위 국가라는 소리가 더 안 나오도록 대처해달라”고 격려했다.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 불시 점검이 기업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은 호우 피해가 큰 경기도 가평, 충청남도 서산·예산, 전라남도 담양, 경상남도 산청·합천 등 6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자치단체에는 재난 복구를 위한 국비가 추가 지원되고 피해 주민에 대해 국세·지방세 납부가 유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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