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신생 정당인 참정당이 법안 단독 발의를 위한 최소 의석수(10석)를 처음으로 확보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우익 성향인 보수당도 햐쿠타 나오키 당 대표가 비례대표로 당선되며 참의원에서 처음으로 의원을 배출했다. 우익 포퓰리즘에 뿌리를 둔 신생 정당에 물가 상승과 낮은 실질임금에 허덕이는 젊은 유권자의 표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군소 우익 정당인 참정당이 14석을 얻으며 주목을 받는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랐다. 당초 목표였던 6석을 크게 웃도는 결과다. 참정당은 가미야 소헤이(47) 대표를 중심으로 2020년 4월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가미야 대표는 간사이대를 졸업한 후 고등학교에서 세계사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2007년 오사카부 스이타시 시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2012년 자민당에 입당해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음모론과 보수 성향의 정보를 설파하며 지지층을 모아오다가 2020년 참정당을 세웠다.
가미야 대표는 “일본이 빈곤한 것은 세계화 때문” “외국인을 마구잡이로 들여보내면 일본인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등 극단적 주장을 펴며 극우 표심을 파고들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참정당이 내세운 외국인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참정당은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 매입 제한’ ‘외국인에 대한 생활 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도통신은 참정당이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18~19세 유권자들, 20~30대 유권자들 중 20% 이상이 비례대표에서 참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뒷걸음치는 실질임금, 양극화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며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참정당에 표를 몰아줬다는 해석이다.
참정당은 이번 선거로 일본 참의원에서 법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는 최소 의석수를 확보했다. 이를 지렛대로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 수정주의와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참정당이 세력을 키우면서 한일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미야 대표는 “일본인의 자존심을 회복할 교육이 필요하다”며 일본 제국주의 정당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달 18일 유세 도중 재일 한국인을 멸시하는 용어인 ‘촌’을 사용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발언을 해왔던 햐쿠타 보수당 대표도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우익 성향의 보수당은 비례대표 2석을 얻었는데 2023년 창당한 보수당이 참의원에서 의원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햐쿠타 대표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우직하게 일본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도록 국회에서 다른 의원들에게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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