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을 해결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판결이 나왔다. 근기법을 적용받았다면 6개월 걸릴 피해 구제가 법원을 거치면서 6년 만에 이뤄졌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전남에 있는 한 장애인지원센터에서 일했던 근로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시작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월 센터장으로부터 폭언과 험담이 반복되자, 고용노동부 산하 지청에 센터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당시 지청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가 일한 센터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인 탓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조항으로 5인 이상 사업장만 적용된다.
지역 인권센터는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지만, 인권센터는 사측에 권고 권한만 있다. 이로 인해 중단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은 A씨에 대한 사측의 징계와 해고로 이어졌다.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았지만, A씨의 손을 든 인권위의 처분도 권고에 그친다.
결국 A씨는 2022년 3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A씨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인 탓에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할 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법원을 찾았다. 작년 7월 A씨는 이 소송에 이겨 복직했다. 추가로 사측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도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었다.
노동계는 A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사측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참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갑질 119가 지난달 1~7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34.5%(345명)는 최근 1년 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대응을 묻자 55.7%는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18%는 회사를 그만뒀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47.1%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단념했다. 32.3%는 ‘향후 인사 등 불이익이 걱정된다’고 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만일 A씨가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로서 근기법을 적용받았다면, 6개월이면 피해 구제(고용지청, 노동위 절차 기준)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근기법 밖에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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