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미국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 고율 관세에 대비해 쌓아둔 몇 달 치 재고가 소진되면서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식품 대기업 콘아그라 측은 이달 “주석 도금 강판에 대한 관세 여파로 토마토 통조림, 휘핑크림, 쿠킹 스프레이 등의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이키도 올해 수입관세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가을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용 부품 공급 업체 패스도 2분기 제품 가격을 올렸고 향후 90일 안에 추가 인상할 방침이다. 미 최대 철강 업체 중 한 곳인 뉴코 역시 6월 초부터 열연코일 가격을 두 차례 높였다.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꿈틀대고 있다. 최근 나온 미 6월 CPI 상승률은 2.7%(전년 대비)로 5월의 2.4%에서 오르며 올 2월(2.8%) 이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에 대한 기본 관세 10%,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 제품에는 50%, 자동차 및 부품에는 25%, 중국에는 3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데 따른 여파다. 런던 소재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수입관세율은 1월만 해도 2% 수준이었지만 최근 15%로 급등해 1940년대 이후 약 8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물가가 꿈틀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정책을 강행할 태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8월 1일 이후에 기본관세 10%가 유지되며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이보다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며 관세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미국인들은 정부의 관세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CBS가 16~18일 미국 성인 23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60%, ‘찬성한다’가 40%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답변은 36%, ‘반대한다’는 대답은 64%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대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70%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관세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HSBC의 앨러스테어 핀더 수석 글로벌 주식전략가는 “관세율 상승이 미국 기업 이익 증가율을 5%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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