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선에 최대 3만 명을 추가 파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미 지난해 가을 극비리에 파견된 북한군 병력 1만1000명 중 약 4000명이 전사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파병 규모를 기존의 3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러시아와의 ‘혈맹’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의 평가 문건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북한은 이르면 여름부터 수송기와 함선을 동원해 2만5000~3만 명 규모의 병력을 시베리아 국경을 넘어 러시아 내 전략기지로 이동시킬 계획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들에게 전선 투입용 장비와 무기를 지급하고 있으며, 기존 부대와의 통합 훈련도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위성사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해 병력 수송에 사용된 ‘로푸차급’ 상륙함이 지난 5월 다시 러시아 두나이항에 입항했고, 평양 순안공항에서는 수송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주행하는 장면이 6월 초 포착됐다. 영국 오픈소스센터의 분석관은 “지난해와 동일한 수송 루트가 재가동 중이며, 대규모 추가 파병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가을 러시아 극동 프리모르스키주 세르게예프카 기지에서 병력에 장비를 지급한 뒤, 이들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당시 러시아가 해당 지역의 방어선을 강화하던 시점과 일치하며, 우크라이나 당국은 일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국경 침투를 저지하는 데 투입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파병 규모는 러시아 측이 공식 언급한 지뢰 제거병 1000명, 군 인프라 복구 인력 5000명 등 기존 규모의 다섯 배에 달한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지난달 17일 세르게이 쇼이구 전 국방장관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방북해 이를 공식화했다고 전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7~8월경 파병할 병력을 선별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제니 타운 연구원은 “3만 명은 다소 과장일 수 있으나, 북한은 충분히 그 수준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 장성이 북한 현지에서 병력을 교육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피의 빚’을 지게 만드는 방식의 혈맹 전략을 사용 중”이라며 “단기 손실이 있더라도 외교·군사적 보상을 기대하며 장기적 이익을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북한군의 투입은 러시아의 병력 동원 능력 부족을 방증하며, 전체주의 국가 간 위험한 공조의 사례”라며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많은 정예 병력을 고위험 전선에 투입하는 것은 내부 리스크를 초래하는 자충수”라고 경고했다.
한편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 핵심지인 포크로우스크 인근에 약 11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으며, 대규모 공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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