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경제 불안이 확산하면서 연준 내부에서는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25~4.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 1월 FOMC 이후 4회 연속 동결이며 시장이 예상했던 경로다. 이번 회의에 앞서 선물 시장은 동결 가능성을 99.9%로 매겼다. 시장의 관심이 모였던 연말 기준 금리 전망은 3월 전망과 동일한 3.9%로 유지했다. 현재 기준금리에서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한다는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금리 행보에 대한 내부의 이견은 더욱 커졌다. FOMC 위원 19명의 금리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위원이 8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연내 동결을 전망하는 위원도 7명에 이르렀다. 동결을 관측한 위원 수는 3월 4명에서 늘어난 셈이다.
물가 상승과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연준은 새로운 경제 전망에서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4%로 낮췄다. 3월 전망치는 1.7%였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높아졌다. 연준의 정책 기준이 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전망치 역시 당초 2.8%에서 3.1%로 올라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가 올해 물가를 높이고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정조준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몇 달 내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외부 기관과 연준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상당한(meaningful)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징후가 명확해질 경우 금리 인하를 둘러싼 연준 내부의 논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타델증권의 금리 책임자인 마이클 드 패스는 “아직은 연준 내 두 그룹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다”며 “인플레이션이 고조되는 동시에 노동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연준 내부에 (금리 인하를 둘러싼) 긴장감이 크게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고려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월 의장도 “향후 경제 향방을 파악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며 “그 후에야 정책 기조를 조정할지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는 어긋나는 기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자 트루스소셜에 “너무 느리다. 파월은 최악”이라며 “그는 진짜 얼간이(dummy)고 미국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도 파월을 향해 “멍청한(stupid)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19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가디언은 “영란은행의 동결은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면서 “미중 무역전쟁과 중동 갈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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