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이란 원유 수출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하르그항’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은 세계 원유 매장량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 원유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하르그항이 마비되면 수출이 막히는 이란의 숨통을 죄는 것은 물론 이란 원유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중국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하고자 한다면 테헤란의 석유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라며 “이란 유조선 대부분이 출항하는 페르시아만의 하르그섬을 공격할 경우 이란 석유 수출의 대부분이 중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보유한 세계 최대 가스전 사우스파르스 등 에너지 시설을 폭격했지만 에너지 수출 거점을 공격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의 압박에도 이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검토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이란산 원유의 약 90%가 중국으로 수출된다는 점은 미국에도 매력적인 카드다. 미국이 2018년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대부분의 나라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지만 중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려 왔다. 현재 이란 석유 수출의 90%가량이 중국으로 향한다.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처지라 원유 가격도 저렴하다. 이란산 원유를 구매할 대체자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 정유 업체들은 이란에 협상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하면서 위안화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약 170만 배럴로 세계 수요의 2% 미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산유국이 비축하고 있는 원유 재고를 감안하면 국제유가에 장기적인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수년간 누려온 저렴한 원유를 포기해야 하는 만큼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도 4% 넘게 급등했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6.54달러로 전장보다 3.22달러(4.4%)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74.84달러로 전장 대비 3.07달러(4.28%) 오르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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