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패권에 맞서 그린란드의 희토류 광산 개발에 공적 자금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군사용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등 희토류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가운데 미국 역시 공급망 자립을 위한 액션플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수출입은행(EXIM)은 뉴욕 기반 자원개발사 크리티컬메탈스에 최대 1억 2000만 달러(약 1632억 원) 규모의 대출 의향서를 전달했다.
해당 자금은 그린란드 남부 탄브리즈 광산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2억 9000만 달러(약 3950억 원) 규모로 내년부터 연간 8만 5000톤의 희토류 농축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탄브리즈 광산은 디스프로슘·터븀 등 전기차·미사일·반도체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가 매장됐으며 미국이 중국 외 공급처로 공을 들여온 핵심 지역이다. EXIM은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대출이 최종 승인되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첫 해외 광산 개발 투자 사례가 된다. 크리티컬메탈스는 이미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과 공급 계약을 논의했으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끌었던 증권사 캔터피츠제럴드도 해당 프로젝트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대출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희토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만큼 더욱 주목된다. 앞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조치에 맞서 희토류 금속 및 자석의 대미 수출을 제한했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이후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과 정상 간 통화가 성사됐지만 중국은 군사용 희토류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출을 통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국은 자국 및 동맹국 내 신규 광산 개발과 가공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희토류 공급망 자립 움직임은 미국 외 국가에서도 포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정부도 일본과 13년간 유지해온 희토류 공급 협정을 재검토하고 수출 중단을 검토 중이다. 인도 상공부는 국영 광산 업체 IREL에 일본 수출 대신 자국 내 수요 충당을 우선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세계 5위의 희토류 매장국이지만 정제 및 자석 생산 인프라는 부족해 생산 과정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장기화하자 인도는 채굴 확대, 정제 시설 인센티브 도입, 해외 기업과의 합작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