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조성된 학교 가는 길을 아이들과 걸어보니,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것 같습니다. 마을안길과 골목이 어둡고 통학로가 열악해 범죄와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걱정을 덜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정은영 연풍초등학교 학부모협의회 회장)
경기 파주시가 성매매집결지인 이른바 ‘용주골’ 일대 통학 환경 개선사업이 마무리되면서 학생들의 통학 안전뿐 아니라 마을 전체의 생활환경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파주시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연풍리 학생들이 기존에 이용해 오던 통학로 대신 다양한 안전시설을 구비한 새로운 길로 동선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했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 기법을 활용해 새롭게 조성된 통학로 동선에는 조명, 펜스 설치 등 보행안전 시설부터 교차로 도로표지병, 과속방지 도색 등 교통안전시설과 영상정보처리장치(CCTV, 안심벨) 등 방범시설을 설치해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게 됐다.
마을의 변화에 주민들의 호응은 높았다. 공사 완료 후 연풍초등학교 학생과 선생님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안전함 62%, 편리함 55.5%, 쾌적함 44.4% 등 긍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사각지대를 ‘안전한 학교 가는 길’로 조성
파주읍 연풍리 일대는 마을 한 편이 성매매집결지와 맞닿아 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지역 이미지가 저하되고 생활·교육·사회·안전 등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아왔다. 특히 학령기 아동·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집결지를 거쳐 갈 수 밖에 없는 통학로에 대한 구조적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파주시는 도시계획, 도시관리, 복지, 여성가족, 안전 등 10여 개 부서가 머리를 맞대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고, 물리적 공간 개선을 통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장기간에 걸친 논의 결과 CPTED를 활용한 ‘안전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구체화했다.
연풍리에 소재한 파주읍 연풍초·파주중·세경고등학교 학생들의 주요 통학 수단으로는 보행이 44%에 달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은 7%, 학원차를 이용하는 학생은 15.5%로 학교앞 차도 구간을 걸어다녀야 하기 때문에, 연풍리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나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학교 가는 길’을 마련하는 것을 사업의 실질적 목표로 삼았다.
학생들이 기존에 통학로로 사용해 왔던 길은 2차선 도로로 차량 통행이 잦고, 보도가 협소하거나 부족해서 통학로가 불명확한 데다가 불법주정차 차량들의 공간 점유와 시야 차폐로, 도보나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늘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기존 통학로를 전면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건은 기존의 통학로를 대신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판단으로, 하천을 따라 우회할 수 있도록 갈곡천 길(연풍4길)을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
◆더 밝고 선명하게…안전성 키운 경관 조성
학생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새로운 동선을 유도하고, 마을 주변을 산책하는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후 벽면 도색 △유휴공간 조명설치 △낙상 방지 펜스 설치(L=150m) △도막포장 △바닥등(표지병) 설치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
또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연풍2리 회전교차로에 도로표지병 설치하고, 미끄럼방지 포장을 했다. 연풍로 차량유도선 설치와 혜음로 과속방지 도색을 완료하는 한편 문화목욕탕 옛길을 이용하는 연풍 양우내안에(475세대) 아파트 주민들이 연풍리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바닥등(표지병) 설치(L=520m)를 통해 좀 더 밝고 안전한 경관을 조성했다.
학생들의 통학로를 개선하는 데서 시작한 이번 사업은 마을 전체를 밝고 안전하게 변모시키며 주민들의 만족감을 끌어냈다.
박지영 파주시 도시계획과장은 “파주시의 이번 사업은 마을 환경에 대한 물리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일상 속에서 안심과 활력이 함께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쾌적한 생활환경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파주시는 앞으로도 시민이 기본적인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문제 디자인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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