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자본시장법·상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사모펀드(PEF) 운용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이에 현재 존재하는 PEF운용사협의회를 상설 사무국을 두는 PEF 협회로 격상해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13일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은 서울경제와 통화에서 "회원사들 사이에서 정책 당국과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 방안 중 하나로 PEF 협회를 신설 혹은 격상하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PEF운용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협의회에는 95개의 회원사가 가입돼 있다. 이들은 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펀드를 조성해 기업 경영권·소수지분에 투자한다. 전체 운용 규모(AUM)는 100조 원에 달한다.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등이 회원사다.
그러나 지금의 협의회는 상설 사무국과 직원이 없는데다 회원사별로 1년마다 회장을 돌아가며 맡는 형태로만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사건이나 관련된 특정 이슈가 발생해도 일시적·단편적 대응만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협의회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예산도 많지 않아 당국과의 소통 과정에서 업계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계속 나왔다.
최근 PEF 운용사들 사이에서 이런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영향이 크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상장사 M&A를 할때 나머지 지분도 100% 의무공개매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만약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최대주주가 경영권 지분을 매각할 때 이전보다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PEF는 물론 대기업 등이 새로 회사를 인수할 때도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투입될 수 밖에 없어 시장 위축이 불가피 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 사모펀드의 차입 한도를 기존 순자산의 400%에서 200%로 하향 조정하는 것도 업계 전반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이 개정안은 PEF가 아닌 부동산·인프라 펀드처럼 차입을 많이 하는 운용사들에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에 투자하는 PEF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을 200% 이상 쓰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집중투표제 도입과 나아가 3%룰을 적용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현재 논의중인 상법 개정안도 PEF 업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나빠지거나 관련법의 규제가 심해질 때 지금의 협의회만으로는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면서 "협회를 신설해 예산도 늘리고 금융위, 기재부와 적극 소통해 정책을 만들때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PEF 산업이 관계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득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다 상설 사무국을 둔 PEF협회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금융권내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에 소속된 회원사들은 관계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는 곳들이다.
반면 PEF 운용사들은 회사를 설립해 기관들로부터 자본을 모으고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금융위의 인가를 거쳐 집합투자기구를 만들고 투자에 나서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같은 일반적인 운용사들과 다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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