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 소방 고위 간부들이 공적 비상알림 시스템인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자녀 결혼식 일정과 축의금 계좌번호 등 개인 경조사 알림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전남 순천소방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간부의 자녀 결혼식 일정과 장소, 축의금 계좌번호를 포함한 메시지를 일선 소방대원들에게 발송했다. 같은 날 나주소방서 소속 한 간부도 유사한 방식으로 자녀 결혼식 일정을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은 화재나 재난, 긴급 출동 명령 등 비상 상황에서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공적 통신망이다. 모든 소방대원 휴대전화에 즉각 메시지가 전송되는 구조로, 평소에도 당직 근무 안내나 음주 기강 관리 등 공지사항 전달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위 간부들이 이를 사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경조사를 알리는 데 사용하면서 내부에서는 “비상시스템이 개인 홍보용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방 내부 게시판에는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의 진상을 규명하라”, “간부들이 경조사를 널리 알리려 본인 권한을 남용한다”는 등의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하위직원들은 지시에 묵묵히 따르는데, 간부들은 단체 채팅방에 이어 비상 문자까지 보내며 본인 행사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순천소방서는 내부 게시판에 사과문을 게시하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순천소방서는 “비상발령동보시스템을 통해 사적인 메시지가 전달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 처리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겠다. 다시 한번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