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국민중심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 추진에 앞서 의정 간 신뢰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의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의료개혁 지속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의정 간 신뢰 회복이 이뤄진다면 의료계도 적극적으로 공론화위에 참여하며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운영되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 경우 애당초 의료계가 적극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늘리는 안을 포함해 정부가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의정 갈등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상호 신뢰가 쌓이질 못하니 (정책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대한의학회는 197개 학회를 회원으로 보유한 국내 대표 학술단체다. 작년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했을 당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함께 의료계 대표로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부단히 애를 써왔다.
의학회는 저조한 전공의 복귀율과 별개로 교육 및 수련환경을 개선해 무너져내린 의료현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 내에 전공의 교육과정 연구와 개발, 수련 평가, 지도전문의 역량 개발, 수련기관 평가 및 인증, 교육 연수 등 5개 기능을 담당할 '전공의 수련교육원'(가칭)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 보건복지부 산하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만으론 급변하는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전공의 수련의 본질은 양질의 수련을 통해 뛰어난 전문의를 배출하는 것인데, 최근 논의되는 내용들은 근무 시간이나 월급 등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며 "병원별로 제각각인 전공의 수련 교육의 질을 표준화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복귀 전공의들 중 일부가 요구하는 '수련기간 단축'과 같은 특례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오는 21일 간호법 시행에 따라 기존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담당하게 되는 데 대해서도 당장은 혼란이 있을지 모르나, 전공의들이 수련에 집중하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의학회는 이러한 전공의 수련·지역의료·간호법 등의 의료 현안을 주제로 오는 13일 서울 서초구 플렌티컨벤션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여당의 또 다른 대선 주요 의료 공약이었던 공공의대와 지역의사 전형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실효성 있는 지역의료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세션도 마련했다.
도경현 의학회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의료현안 중 중요한 내용들은 정부에 정책 제안 형태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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