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단기간에 무기급 우라늄 비축량을 크게 늘렸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나와 국제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은 이란에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첫 공식 제안을 전달했지만 이란의 핵 활동 강화로 협상 성과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IAEA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회원국에 배포한 비밀 보고서에서 “이란이 60% 농도의 농축 우라늄을 408.6㎏까지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월 기준 274.8㎏에서 불과 3개월 만에 약 49% 급증한 수치다. 고농축 우라늄 42㎏은 90%까지 추가 농축할 경우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현재 비축량은 핵탄두 9~10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비핵무기 국가의 이러한 높은 수준의 우라늄 농축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핵 보유를 강력히 반대하는 이스라엘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본격 추진 중이라는 방증”이라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핵 합의(JCPOA) 당사국들은 9일 열리는 IAEA 이사회에 이란 핵 비확산 위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란은 외무부 성명을 통해 “IAEA 보고서는 정치적 동기로 작성된 것이며 근거 없는 비난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올해 4월부터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 중인 미국은 이날 IAEA 관련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뒤 첫 공식 협상안을 이란에 전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해당 제안에는 △모든 우라늄 농축의 전면 중단 △미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기타 아랍국이 참여하는 ‘역내 원자력 컨소시엄’ 구성이 담겼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X(옛 트위터)에 “이란의 원칙과 국익, 국민의 이익에 따라 미국의 제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NYT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부가 수십억 달러를 들여 구축한 이란의 고급 농축 시설을 사실상 폐쇄해야 하는 전제 조건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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