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을 뽑으면 환란이 올 겁니다. 2번은 내란을 청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4번을 뽑으면 대한민국은 새 앞길로 갈 겁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2030세대가 밀집한 수도권을 훑으며 표심 단속에 주력했다. 여성 신체를 폭력적으로 묘사한 발언 이후 거센 역풍에 직면했지만 유권자들 앞에선 시종일관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이준석 바람’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이 후보는 하얀 셔츠에 소매를 걷어 올린 채로 고려대 캠퍼스가 위치한 서울 안암골의 유세차에 올랐다.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듯 백팩을 든 대학생들로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지난 4~5년 동안 우리는 극한 대립을 봐왔다”며 “법조인이 정치를 하니까 ‘상대를 감옥에 보낼 수 있다’ ‘날 지켜줘야 방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그 시간에 하지 못한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연금개혁을 구체적 사례로 들면서 젊은층을 대변할 적임자는 자신이란 주장을 폈다. 지난 3월 국회가 합의 처리한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두고 “거대 양당의 야합”이라며 “'더 내고 더 받기'식 개혁은 언뜻 좋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더 내야 하는 건 여러분을 포함해 (수령까지) 40년 이상의 세월이 남은 사람들이고 더 받는 건 수급이 다다른 기성세대”라고 직격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를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하며 ‘매표 정치’에 제동을 걸어 달라고 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가 밖에 나갈 때 가장 먼저 ‘이상한 아저씨가 사탕을 준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며 “이재명 후보 같은 포퓰리스트가 미래 세대의 돈으로 뭐를 해 준다고 하면 절대 따라가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면서 “절 대통령으로 만들어준다면 ‘복지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여러분이 낼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는 깎아드리지는 못해도, 누구처럼 확 올리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유세 차량 앞에 모인 대학생들은 이에 환호로 호응했다.
선거 막판 변수로 돌출한 여성 혐오 논란 발언에 대해선 역공을 취하는 방식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성 신체를 폭력적으로 묘사한 발언과 관련해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닌 이재명 후보의 장남이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어 “이동호씨(이재명 후보의 장남)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인한 벌금형 선고를 받고 2억 3000만 원의 불법 도박 등을 저질렀다”며 “김건희라는 이름으로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다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는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예상과는 달리 지지율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며 의연한 태도 역시 내보였다. 그는 “자체 (여론)조사를 하고 있지만 큰 영향 없다고 본다”며 “미래 지향적 유권자들이 계셔서 더 지지율이 오를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세 현장을 찾은 시민 중에선 이준석 후보에게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판교 테크노밸리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가 발언을 끝내고 자리를 뜨려하자 한 시민은 “이준석은 정치를 잘못 배운 것 같다”고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아닙니다”라고 말하고 이동했다.
이 후보는 29일 심야부터 무박 유세에 돌입했다. 그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밤 늦게까지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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