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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어린이 안전망 위협하는 美공화당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예산안, 아동 푸드스탬프 대폭 축소

이민자 자녀 의료보장 혜택도 줄여

어린이, '어젠다 도구'로 삼지 말아야





미국 공화당 예산안은 역진적인 감세로 필요해진 자금 마련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대폭 축소한다.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빈민층에서 부유층으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면에서 젊은층에서 노년층으로 부가 이전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예산안에 등장하는 숱한 ‘자체 재원 조달’ 조항은 유아와 아동에게 불균형하리만큼 큰 해를 입힌다.

전 보건복지부 아동 및 가족 담당 차관보이자 빈곤 퇴치 전문가인 올리비아 골든은 “공화당의 예산안은 몇몇 억만장자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시계를 지금보다 가난하고 병든 과거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로부터 돈을 빼돌리자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이 예산안은 푸드 스탬프 수혜 자격을 대폭 축소한다. 직접적인 예산 삭감이나 카프카식 관료주의적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수혜 자격을 갖춘 가정조차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든다. 예산 및 정책 우선순위 센터는 근로시간을 보고해야 하는 새로운 자격 요건 하나만으로 대략 200만 명의 어린이들이 푸드 스탬프를 잃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 외에 주정부로 하여금 지금보다 더 많은 푸드 스탬프 비용을 분담하게 하거나 혜택 자체를 축소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어린이들이 최소한 푸드 스탬프 지원금 중 일부를 받지 못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이 예산안은 메디케이드(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에도 전기톱을 들이댄다. 메디케이드는 도입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 삭감에 직면했다. 물론 이는 메디케이드 수혜자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공적 보험 의존도가 불균형하게 높을 뿐 아니라 건강하고 생산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적절한 의료보장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다. 오늘날 미국의 어린이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메디케이드 혹은 자매 프로그램인 어린이 건강보험 프로그램에 가입돼 있다.

유사한 제안들에 대한 추산은 새로운 근로 요건만으로도 50만 명의 아동이 메디케이드를 잃는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임을 시사한다. 이전에 주정부가 실시한 실험에서 관료주의적 요소로 가득 찬 근로 요건은 의료보험 혜택의 막대한 감소로 이어졌다.



예산안의 다른 메디케이드 변경 사항도 구체적으로 이민자 어린이를 벌주는 교묘한 방법을 찾아낸다. 현행법상 메디케이드 연방 예산은 서류 미비 이민자들의 의료보험 보장에 사용될 수 없지만 일부 주에서는 이민 신분에 상관없이 어린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적인 납세자 기금을 사용한다. 공화당은 이런 결정을 내린 주를 응징하기 위해 다른 메디케이드 지원금을 빼앗아가겠다고 협박한다. 자체 기금으로 이민자 자녀들에게 메디케이드를 제공 중인 14개 주와 워싱턴DC는 이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연방 지원금을 잃는다.

예산안의 세금 조항도 어린이들, 특히 이민자 자녀들을 샌드백 신세로 만든다. 예를 들어 공화당은 부양자녀 세액공제 확대안에 미온적인 관심을 보이면서도 미국 시민권을 지닌 자녀의 부모 중 어느 한 명이 소설시큐리티 번호(일종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경우 공제 혜택 자격을 박탈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로 450만 명의 어린이들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모든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반아동 어젠다와 맞아떨어진다. 그는 저소득 아동을 위한 60년 전통의 취학 전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를 소리 소문 없이 해체하고 있다. 학교의 납중독 실태를 추적하는 연방 직원들을 해고했고 학교 점심 급식 예산을 삭감했으며 출생 시민권을 박탈하려고 시도했다.

트럼프의 최근 이민 단속은 어린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충격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두 건의 사건에서 이민국 요원들은 서류 미비 체류자인 한 명의 보호자를 체포한 후 그와 함께 있던 2명의 자녀를 길가에 방치하거나 주유소 트럭에 버려뒀다. 오클라호마에서 이민국 직원들은 한밤중에 속옷 차림의 어린 소녀 3명을 빗속에 세워둔 채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이민국 직원들은 엉뚱한 집을 급습했고 집 밖으로 끌려나온 어머니와 그의 세 딸은 모두 미국 시민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아이들은 어디까지나 그저 아이들일 뿐이다. 힘없고 약한 어린이들은 미래의 생산적 성인으로 자라나야 한다. 아이들은 지지자들에게 정치인의 극단적인 수사를 전달하는 매개체 혹은 부유층을 위한 감세의 도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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