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대일 칼럼] 4류 정치에 일조하는 사법부가 염려된다

진영논리에 정반대 법리해석 다반사

일관성 없는 판결, 권력통제 빌미 줘

사법부 존재 가치 스스로 증명해야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라고 일침을 날렸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탄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촉발된 대한민국의 정치 혼란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의 극단적 대립과 격렬한 시위는 서울 시내를 마비시켰고 정치인들은 오히려 이에 편승해 대립을 부추기고 서로를 향해 서슴없이 막말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에도 대선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서 여야는 온갖 추태를 벌이고 있다.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의 정치가 어떻게 이렇게나 후진적일까 싶지만 지금 정치판을 주도하는 낡은 세력은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입문해 아직도 그 당시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야당의 마구잡이 탄핵과 입법 독재, 여당의 후보 단일화 파행 등 예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뭐 하나 나아진 것이 없다.

그런데 문득 ‘정치만 4류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 정치 혼란의 중심에는 여야 정당과 정치인뿐 아니라 사법부라는 또 하나의 핵심 플레이어가 자주 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렇게 사법부를 보호하는 것은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분쟁과 법적 다툼에 있어서 법리를 엄밀하게 해석하고 판결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판결은 궁극적으로 일반 시민의 눈에 상식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일관성도 있어야 한다. 사법부의 역할은 시민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초래할 법적 책임에 대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이 오락가락하면 시민들은 우리 사회의 질서에 대한 신뢰, 나아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고 결국 자유민주주의 근간도 흔들린다. 그래서 사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관성 있는 법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이는 권력에 의해 판결이 뒤바뀌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권의 사법부는 독립성 보장이 합리화될 수 있을 만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모습도,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법원을 사법 농단의 주범으로 처벌하려 했지만 대부분 무혐의로 드러났고 오히려 자신들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사법부를 편 가르며 직권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제는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재판이 있을 때마다 판사의 성향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고 언론은 무슨 연구회 출신이네 어디 지역 출신이네 하며 판사들에게 보수와 진보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런 편 가르기 논란이 무색해지도록 판사들의 판결이 성향과 무관하게 일관성을 보여줬더라면 좋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1심과 2심 판결에서 양형 수준이 다소 바뀌는 차원을 넘어 진영 논리에 따라 유무죄가 뒤바뀌기도 했고 정반대의 법리 해석도 다반사였다. 판사들의 실력 차이가 커서 엉뚱한 판결이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닐진대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혹시 판사마다 자기 진영 논리를 앞세워 마음대로 판시해도 된다는 뜻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반대편 진영에서 판사에 대한 겁박도 서슴지 않는 등 사법부가 광기에 노출돼 있다. 판사들도 가족이 있는 소시민인 만큼 신변과 자리에 위협을 느끼면 법리 해석과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법부가 이렇게 권력과 진영 논리의 피해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법부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권력과 영합하고 법리 해석을 주무르는 판사들이 많아질수록 권력자는 사법부를 통제하기 쉬워지고 실제 통제하려는 유혹도 커지기 때문이다. 나치하에서 독일의 사법부가 바로 그랬기에 히틀러가 독재 권력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사법부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권력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사법부의 존재 가치와 독립성을 인정받고 존경도 받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