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에 속도가 붙으면서 인근 비(非)단지 아파트의 ‘갭 메우기’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목동 1~14단지가 정비계획안을 모두 제출하면서 재건축이 가시화하자 인근 목동 한신청구, 우성 1·2차 등은 리모델링을 추진하며 가치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는 목동 1~14단지와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향후 오름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한신청구(1512가구) 리모델링추진위원회는 지난달 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설문조사를 완료했다. 설문조사에는 리모델링과 재건축 둘 중 어느 정비 방식을 선호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겼고 설문결과 리모델링 수요가 70.9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건축 희망 수요는 6%에 불과했다. 이에 리모델링 추진위는 자체 회의를 열고 향후 주민 설명회와 소유주 총회 개최 시기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신청구는 앞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었으나 재건축을 희망하는 일부 소유주의 반대 등으로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목동 1~3단지의 정비계획안이 나온 것이 리모델링 추진의 촉진제가 됐다는 평가다. 한신청구 리모델링추진위는 삼성물산 측과 논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정비사업 수주를 늘려가고 있는 삼성물산은 지난달 광진구 광나루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바 있다.
한신청구는 최근 매매거래가 활발하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한신청구는 3월 이후 27건의 계약이 성사됐으며 전용 84㎡는 17억 9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목5동 A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신시가지 아파트 1단지에서 신고가가 나오면서 한신청구 가격도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며 “현재 전용 84㎡로 단일 주택형인 전체 가구가 리모델링 후 방 4개의 대형 주택형이 되는데다가 고층은 한강뷰가 나올 수 있고 월촌·양정중학교 등 목동 단지와 배정학교도 같아 투자 가치가 좋다”고 설명했다.
목동 우성 1·2차도 리모델링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목동 1단지 인근의 우성 1차는 올 초 리모델링 허가 관련 주민 동의율 75%를 넘겼고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조합은 이달 중 공동주택 리모델링 행위허가 요청서를 양천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주택법 제67조에 따라 세대수가 증가하는 리모델링 사업은 기존 주택의 권리변동과 비용분담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합은 오는 8월 구청의 사업계획승인을 거쳐 내년 7월 이주를 시작할 방침이다. 입주는 2031년 5월이 목표다. 이 단지는 지난달 5일 전용 84㎡가 14억 30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전체 332가구가 전용 84㎡ 단일 주택형으로, 리모델링 후 361가구로 늘어나며 조합원 물량은 전용 95.67㎡ 이상 중대형으로 바뀔 예정이다.
목동 11~14단지 인근의 우성 2차 단지도 리모델링 사업이 순항 중이다. 시공사는 롯데건설로 지난해 12월 서울시에서 지구단위계획 지정 및 경관계획안이 가결됐다. 현재 1140가구에서 리모델링 후 총 1311가구로 일반분양 물량 171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배정 중학교가 봉영여중과 목일중으로 목동 한신청구·목동 우성 1차와 동일하다.
목동 우성 1·2차 단지 등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보다 매매 가격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수요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지 않아 거주지 이전이 어려운 투자자도 매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목동의 학군과 학원가 등 학군지 인프라를 누릴 수 있어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가다. 신정동의 B중개업소 대표는 “목동 우성 1·2차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지 않고 리모델링 후 대부분 방 4개 이상의 대형 주택형 신축 단지로 변화되기 때문에 학령기 자녀가 있는 가구들의 선호가 높을 것”이라며 “리모델링은 사업 속도도 빨라 목동 단지 재건축이 완료되기 전까지 서남쪽 신축 아파트 거주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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