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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대표가 프랜차이즈 점주가 된다면 [정혜진의 라스트컴퍼니]

상생을 이야기하지 않고도 상생하는 방법

칙필레와 맥도널드에서 배우다


위기의 백종원과 지금 필요한 한 가지의 질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6일 현재 촬영 중인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더본코리아의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밝혔다. /백종원 유튜브 채널 갈무리




지난 6일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는 구독자 653만명의 자체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드러냈다. 감색 셔츠를 입은 초췌한 얼굴의 그는 이전에 방송 속에서 자신감 넘치고 능글 맞을 정도의 여유를 갖춘 모습이 아니었다.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도 함께였다. 이어 3일 뒤에는 더본코리아가 300억원 규모의 가맹점 상생(相生) 지원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50억원 규모에서 6배 늘어난 액수다. 상생 방안에는 로열티 면제, 식자재 가격 할인, 신메뉴 출시 마케팅, 공동 마케팅 강화, 통합 멤버십 구축 등이 포함됐다. 많은 이들이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의 높은 폐점율, 재료비 부담 전가 등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반복하기 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한다.

백 대표가 조직을 쇄신함에 있어서 꼭 한 번 숙고했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 그가 사과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모든 문제는 저에게 있다며 조직을 쇄신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기업문화를 바꿔 ‘제2의 창업 원년’으로 삼겠다는 대목에 눈길이 갔기 때문이다.

‘과연 그가 프랜차이즈 점주로 한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다.

인앤아웃의 버거와 애니멀스타일을 가미한 프렌치프라이 세트 /산타클라라=정혜진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한 인앤아웃 매장에서 직원들이 바쁘게 주문을 받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산타클라라=정혜진기자


흔히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인앤아웃’을 이야기한다. 3달러대의 가격으로 단품 기본 버거를 먹을 수 있고 양파 굽기 정도, 할라피뇨와 토마토 양을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애니멀 스타일’이라는 소스 추가 여부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여러 가지 소스를 다루면서도 새하얀 유니폼에 소스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직원들의 표정도 활기를 더했다. 막상 실리콘밸리 특파원 부임 후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버거를 먹으러 가자고 할 때 새로운 브랜드 이름이 종종 등장했다. 치킨 샌드위치(버거)를 주 메뉴로 삼는 ‘칙필레(Chick-fil-A)’였다. 단순한 메뉴 구성과 와플 형태의 프렌치 프라이가 특징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메뉴에 그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이들이 칙필레를 소개하면서 종교적 이유로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거나 창업자가 어떤 신념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소소한 사항들까지 저마다 영업 사원처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점이었다. 당장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얻어 든든한 스토리텔링 지원군을 구축한 이 브랜드가 궁금해졌다.

미국 산호세의 한 칙필레 매장 전경 /산호세=정혜진기자


1946년 미국 조지아주 해프빌에서 ‘드워프 그릴(Dwarf Grill)’이라는 식당으로 시작해 80년째를 맞은 칙필레는 어떻게 미국인에게 사랑 받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을까. 통계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칙필레는 지난해 미국 소비자만족지수(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ACSI)) 패스트푸드 부문에서 83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는데 무려 10년 연속 1위다. 2위는 KFC, 3위에는 스타벅스, 파네라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 전역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캐나다에 32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장당 평균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870만 달러(약 121억원)으로, 맥도날드(약 370만 달러)의 2.3배에 달한다. 인앤아웃(450만 달러)와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점주가 되려면 1만 달러면 충분하지만…

칙필레가 명시한 점주의 최소 요건. 가맹비가 1만 달러에 불과한 것이 눈에 띈다. /칙필레 홈페이지 갈무리


본사의 프랜차이즈 페이지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점주가 되는 요건이 간단해 놀라움을 준다. 가맹비는 대출받거나 빌리지 않은 1만 달러(약 1400만원)의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다. 부지 매입이나 인테리어 등 초기 비용은 본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이다. 풀타임으로 점주가 영업 시간 동안 직접 운영해야 하고 이전에 파산 선고를 받지 않은 사람이면 된다. 5년 이상의 경력 소유자인지, 사람을 다뤄본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다양한 이민자들이 많은 만큼 영어를 읽고 쓰는 데 문제 없는지도 살핀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이 과정에 뛰어든 이들은 칙필레의 프랜차이즈 운영자가 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고개를 젓는다. 칙필레는 프랜차이즈 점주를 운영자(Operator)라고 표현한다. 칙필레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매년 6만명 이상이 가맹점을 신청하지만 승인률은 1% 미만이다. 선정까지 통상적으로 일년 이상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배우자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 점주를 선정하는 데 있어 자본금보다는 성실함과 칙필레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의지를 보기 때문이다. 성품이나 도덕성, 지역 사회 기여 의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이는 사무엘 트루엣 캐시 칙필레 창업자의 철학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인격을 가르칠 수 없습니다.”


점주를 뽑는 과정은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씰을 뽑는 정도의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여기고 기꺼이 참여한다. 기존의 프랜차이즈와 달리 칙필레는 점포 부지를 직접 구매하거나 임차하고 초기 투자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이후 발생하는 매출에서 15%를 로열티 형태로 가져간다. 가맹점주는 통상적으로 매출에서 운영비와 로열티를 제외하고 절반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랜차이즈가 잘 될 수록 본사와 오퍼레이터(점주)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흥미로운 점은 이 와중에도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반드시 일요일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문을 닫는 원칙을 80년째 지키고 있다. 캐시 창업자는 철저한 기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정직과 성실을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이 같은 신념은 ‘일요일 영업 중단’이라는 과감한 정책으로 이어졌다. 직원들이 일요일엔 가족과 함께하고 종교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형성했고, 이는 오히려 칙필레를 사람들에게 특별한 프랜차이즈로 각인시키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

제 고객은 햄버거 먹는 소비자가 아니라 햄버거를 파는 점주들입니다

레이 크록 맥도널드 창업자 /맥도널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지금은 브랜드 명성이 이전만 못하지만 맥도널드의 창업자 레이 크록의 원칙도 새길 만하다.

“제 고객은 햄버거를 먹으러 매장을 찾는 이들이 아니라 햄버거를 파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본사와 프랜차이즈 간의 ‘상생(相生)’이라는 가치를 언급하지 않고도 이를 직접 실천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 유니버시티(Hamburger University)’라는 점주 전용 교육기관을 만들어 맥도날드의 경영 철학과 매장 운영 노하우를 익히도록 했다. 품질(Quality), 서비스(Service), 청결(Cleanliness) 등 ‘QSC 원칙’을 교육을 통해 뿌리 내리게 했다. 동시에 본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가맹점주에게 이를 임대하는 형태로, 브랜드의 핵심 자산을 관리해 명확하고 투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써 임대료 상승 등 외부 변수로 인해 영업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했고 폐점율을 크게 낮췄다.

단 한 사람의 점주를 얻기 위해 해야할 것

백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이제부터는 단 한 분의 점주님도 두고 갈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칙필레와 맥도날드의 사례가 주는 분명한 메시지는 하나다.

프랜차이즈는 매장을 늘리는 사업이 아니라, 점주를 얻고 사람을 키우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본사와 점주가 함께 성장한다. 굳이 상생을 내세울 필요도 없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치에 가깝다.

기존에 백 대표가 출연한 예능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쁜 습관을 갖고 있거나 첫 단추를 잘 못 꿴 식당 주인들을 백 대표가 교육과 쓴 소리를 통해 ‘갱생’시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았던 방송인 백종원의 매력은 쓴소리 자체보다 본인의 수고로움을 마다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진정성에 있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방송인 백종원의 질타에서 쾌감을 느끼고 이를 수용했다. 이제 방송을 떠난 백 대표가 집중해야 할 것은 하나다. 스스로가 점주가 된다면 어떤 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지에 집중해서 당장 양적으로 큰 성과가 나지 않는 수고로움을 다시 발휘하는 일일 것이다. 당장 눈에 띄지 않더라도 사람과 더본코리아라는 자산을 남기고 키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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