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가 옆에 있어."
오합지졸도 이런 오합지졸이 없다. 팀워크를 이룰 밝은 성격이나 사회성도, 그렇다고 상대의 기세를 누를 만큼 압도적인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오합지졸을 지켜볼수록 밉긴커녕, 공감과 연민만이 마음속에 차오른다.
*이 글에는 '썬더볼츠*'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가오갤' 가고 '썬더볼츠*'가 왔다 = 사고뭉치 멤버들이 모여 지구 인류를 넘어 우주 전체를 구하는 '가오갤' 시리즈가 감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후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빈자리를 향한 걱정이 쏟아진 가운데 '썬더볼츠*'(감독 제이크 슈레이어)의 등장은 반갑다. 전면적으로 "이제 어벤져스는 없다"는 사실을 내세우면서도 그러기에 지금 필요한 존재가 '썬더볼츠*'임을 강조하며 관객들의 우려를 정면 돌파한다.
영화 '썬더볼츠*'는 어벤져스가 사라진 세상, CIA 국장 발렌티나(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는 정부 몰래 진행한 센트리 프로젝트의 위험한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이때껏 자신에게 충성했던 어둠 속 요원들을 처분하려고 하는 과정 속에 뜻밖의 팀업이 이뤄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때 발렌티나의 밑에서 온갖 더러운 일들을 도맡아 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의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는 발렌티나를 위협하는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를 쫓고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임무지에 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태스크 마스터, 존 워커(와이엇 러셀) 등이 기습하며 서로를 공격하는 난투를 벌이게 되고 그들은 이내 자신들이 서로를 죽이라는 지령을 받고 발렌티나의 함정에 제대로 빠져버린 것을 알게 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아니라 다행이야 = '썬더볼츠*'의 시놉시스를 보고 든 첫 생각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나오면 어떻게 하지?"였다. 하지만 서로의 안 좋은 점만 보고 배우길 좋아하는 DCEU와 MCU가 관객들에게 지적당한 부분들만 답습하며 따라 하기를 반복하던 과정에 질렸던 팬들이라면 '썬더볼츠*'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작품이다.
MCU 전작들이 보여준 히어로물 스토리텔링의 정석을 따라가되 시대에 맞춘 유머 코드를 버무려 MCU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했다. 더불어 어렸을 때 있었던 과거와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쳤던 불행한 사건 등으로 인해 현재를 살지 못하는 인물들의 사연을 제시하며 텅 빈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공허'의 감정을 제대로 건드린다. 물과 기름 같았던 그들이 용케도 팀워크를 쌓아가며 일궈내는 여정을 통해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썩 괜찮은 삶'을 향한 지침서로도 충분 = 물론, '썬더볼츠*'가 좋은 점만 부각되는 영화는 아니다. MCU의 작품이라면 빠짐없이 챙겨 보는 골수 팬이라면 모르겠으나 일반 관객들의 입장에서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고 시리즈물을 보지 않으면 개별 인물, 혹은 스토리 흐름이 이해 가지 않는 부분들도 많고 단순히 '단독 영화'로만은 즐길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다.
더불어 속도감 있게 끌어가던 초중반 서사가 센트리의 각성 시점부터 개연성 없이 흘러가고 슈퍼맨 급의 능력을 자랑하는 센트리의 힘에 밸런스 붕괴가 일어나 허무한 감정마저도 든다. 다시금 어벤져스 시대의 부흥을 일굴 '뉴 어벤져스'의 멤버라고 꼽기엔 원년 멤버들과의 실력차가 부각되는 신이 많아 작품에서 등장하는 '짭벤져스(B-vengers)'라는 단어가 납득되기도 한다.
하지만 '썬더볼츠*'는 '최고'를 목표로 하고 향하는 팀이 아니다. '최고가 아니어도 된다', '그저 우리는 살아가는 것으로도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다루는 작품이기에 어쩌면 인간적인 고통을 이겨내고 버텨내는 '썬더볼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127분을 투자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쿠키 영상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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