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권을 인수하고 되팔아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PEF) 본연의 업무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국내 PEF 산업에 ‘먹튀 자본’ ‘적대적 인수합병(M&A)’ 같은 부정적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임유철 H&Q코리아 공동대표 겸 PEF운용사 협의회 회장은 8일 열린 제13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사모펀드들을 향해 ‘먹튀’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며 “이 업의 본질은 투자와 회수인데 먹는 것이 투자, 튀는 것이 회수라면 그렇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임 회장은 “PEF의 주요 업무는 연기금 등 공적 자금을 받아 제대로 운용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라며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사모펀드가 투자한 총 231개 기업들의 평균 기업가치가 35% 올랐다”고 자본시장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강조했다. 그는 “PEF는 최초 투자를 검토할 때부터 대상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방법론을 제시한다”면서 “인수한 기업에 자금을 더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키우거나 동종 업계 내 새로운 M&A를 이뤄 규모를 키우는 방식(볼트온)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여왔다”고 말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본 주도의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이에 자극을 받은 정부가 2004년 법 개정을 하면서 토종 PEF 산업 육성이 본격 시작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다수 연기금·공제회의 여유 자금을 활용해 관련 시장을 키워보자는 게 당시 정부의 생각이었다. 임 회장은 “2005년이 실질적인 국내 PEF 산업의 시작이고 올해는 만 20주년이 되는 해로 의미가 크다”면서 “지난 20년간 누적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임 회장은 “실패의 경험들까지 모여 PEF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이 업은 결국 타율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사모펀드가 모든 투자를 성공시킬 수는 없지만 결국 높은 성공 확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한 것이다.
실제 PEF가 기업 인수 이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가치를 높인 사례들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는 “H&Q코리아의 플레이타임 인수, UCK파트너스의 공차 인수,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대한전선 인수, 스카이레이크의 넥스플렉스 인수가 모두 이런 사례”라고 소개했다.
PEF에 피인수된 기업은 구조조정이 필히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비탄력적이어서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단 하나도 없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한국 기업들에 만연한 후진적 거버넌스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임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만 제대로 해도 기업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며 “PEF는 주주가치의 실현, 조직 구조 개선 및 사업 확장,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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