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한민국은 정치적 혼란, 경제 둔화, 그리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중첩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규제와 관세 장벽은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배터리 등의 산업에 엄중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도 우리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더욱 늘리는 요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우리는 기술사업화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사업화는 단순히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개발된 기술을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상품 또는 서비스로 전환하는 전 과정을 뜻한다. 기술이 지닌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해 경제적·사회적 성과로 연결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바로 기술사업화다.
우리나라의 기술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이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전환하는 데는 여전히 약점을 보인다. 가령 특허 출원이나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키다가도 이를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내거나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단계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기술사업화를 위한 투자·지원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모범적인 활약으로 주목받는 기업도 있다. 설립한 지 30여 년 된 중견 정보통신 업체 시스원은 국내외 바이오 인식 시장을 개척한 기업으로 꼽힌다. 관련 기술 개발 초기 어려움을 이겨낸 끝에 2017년 정부청사 출입 통제 시스템에 얼굴 인식 기술을 도입하면서 국내 바이오 인식 시장을 연 데 이어 해외시장도 적극 개척하는 등 기술사업화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는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혁신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창업가들과 실패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재도전의 기회를 얻게 한 것이다. 기술사업화의 성공을 돕는 탄탄한 토양 역시 실리콘밸리의 매력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는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매우 성장했다. 반면 실패한 창업자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실리콘밸리처럼 기술사업화를 돕는 재도전의 체계 구축이다. 실패한 창업가나 연구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적 안전망은 기술력을 성공적인 사업으로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곧 들어설 차기 정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핵심 과제로 기술사업화를 주목해야 한다. 기술사업화를 전담하는 조직을 통해 기업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연구개발(R&D)에서 제품 상용화에 이르는 연결 고리를 탄탄히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더욱 격화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기술 우위를 점하려면 기술사업화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술사업화는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열쇠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기업·학계·사회 전반의 협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불확실한 시대를 넘어 새로운 미래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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