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범보수 진영의 ‘빅텐트론’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대권 주자로서 유리한 고지에 오른 김 후보가 여전히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이번 주 중 한 후보와 만나 대선 후보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한 후보는 전날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하며 “이른 시일 내 뵙고 싶다”고 했고, 김 후보는 “그렇게 하자”고 화답했다고 한 후보 캠프 이정현 대변인이 전했다. 양측 실무진 간에는 이미 물밑 접촉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김덕수(김문수+한덕수)’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두 후보 간 연대 가능성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져 왔다. 김 후보가 경선 결선에서 자강론을 내세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여유 있게 꺾은 배경에도 이른바 ‘김덕수 전략’이 지지층에 먹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 후보 캠프의 핵심 인사 상당수는 당내에서 ‘반이재명(반명) 빅텐트론’을 주창해 온 인물둘이다.
대표적으로 김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반탄파(탄핵 반대파)의 선봉장에 서며 보수 진영의 핵심인사로 떠올랐다. 사무총장이 대선 실무 전반을 총괄하는 만큼, 장 의원이 단일화 협상의 실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김 후보 캠프에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을 당시에도 “대연정 빅텐트 과정에서 지지 기반에서 또 한 번 드라마를 쓴다면 보수 대통령도 가능하다”며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공식 후보가 된 이후에도 김 후보가 기존의 단일화 구상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되며 정치적 셈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면서 보수 진영의 후보들 사이에서는 “내가 붙어도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고 있다.
김 후보도 후보 확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대선 후보가 됐기 때문에 한 후보가 우리 당에 입당했으면 제일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한 다른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로 인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 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단 시간은 김 후보에게 유리하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대선후보 등록일(10∼11일) 전까지 단일 후보로 압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안에 룰을 정하고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주자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자칫 판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12일부터 단독으로 유세에 나서야 한다. 이 경우 당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김 후보와 달리, 한 후보는 선거 비용과 홍보 등 실무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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