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정치 활동에만 몰두하자 테슬라 이사회가 후임 물색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회사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머스크 CEO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에만 집중하자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은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30일(현지 시간) “일부 투자자들이 백악관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머스크 CEO에 대해 짜증을 내자 테슬라 이사회가 후계자를 진지하게 알아봤다”고 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사회 구성원들이 테슬라의 차기 CEO를 찾기 위한 공식 절차를 밟으려고 임원급 인력 소개 회사 여러 군데에 연락했다”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혔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회사 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머스크 CEO를 만나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머스크 CEO는 4월 22일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설명회에서 “아마도 5월부터는 정부효율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이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테슬라에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다만 테슬라 이사회가 추진했던 후임 승계 계획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머스크 CEO가 이 같은 움직임을 알고 있었는지, 5월부터 테슬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그의 약속이 이사회의 승계 계획 구상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로빈 덴홈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을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리고 “CEO를 찾기 위해 구인 업체와 접촉했다 보도는 완전히 거짓”이라며 “테슬라의 CEO는 머스크이고 이사회는 그의 능력을 매우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2018년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회사의 모든 사업에 깊이 관여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이자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4월 30일까지 25.61%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중국 기업들의 약진 등으로 글로벌 판매량까지 급감한 탓에 테슬라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7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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