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에 반응하는 신개념 나노입자를 활용해 만들어진 결핵 백신이 기존 백신(BCG)보다 면역반응이 향상되고 결핵균 감염에 대한 예방효과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존 BCG를 대체할 차세대 결핵 백신의 개발은 물론 나노 전달체 신기술을 다른 감염병 백신 및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주목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1일 기존 결핵 백신 개발 기술과 한국세라믹기술원이 보유한 나노입자 기술을 융합해 이와 같은 성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한국세라믹기술원의 나노입자 기술은 ‘온도반응성 나노스펀지’로 상온에서는 입자 형태를 유지하고 체온에서는 그 형태를 변화해 항원(면역반응을 유도해 항체를 형성하게 하는 물질)을 방출시킨다. 항원을 천천히 방출하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장기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으며 별도 첨가제 없이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국립보건연구원·한국세라믹기술원 공동 연구진은 결핵 대표 항원인 Ag85B를 발현시킨 후 정제해서 온도반응성 나노입자를 활용한 전달체에 전기적 반응을 이용해서 탑재했다. 이후 세포실험을 수행한 결과 나노입자 백신은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며 세포 내에서 체온에 맞춰 점진적으로 항원을 방출했다. 독성 반응 없이 세포 생존율이 유지됐으며, 기존 백신보다 더 효과적으로 면역 세포(항원제시세포)에 항원을 전달했다.
이어 영유아 대상 백신으로서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나노입자 백신을 쥐에게 접종했다. 기존 결핵 백신인 BCG를 맞은 청소년·성인에게도 효능이 있는지 보기 위해 BCG 접종 후 6주가 경과한 쥐에게도 나노입자 백신을 접종했다. 이후 BCG 혹은 항원 자체만 접종했던 쥐들과 비교를 거쳤다. 그 결과 영유아용 백신 실험에서 나노입자 백신을 접종한 쥐들은 BCG만 맞은 쥐들보다 결핵균 공기 감염에 따른 폐 속 균의 수와 염증성 폐 병변이 적게 나타났다. 청소년·성인용 백신 실험에서는 나노입자 백신 접종 쥐에서 T세포 면역반응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케모카인(면역반응 조절 단백질) 생성이 BCG 접종 쥐보다 더 많았다.
질병청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신기술 기반의 나노 전달체 기술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에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백신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결핵 예방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 신기술 기반의 전달체를 결핵 외 감염병 백신이나 다양한 플랫폼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학술지 '세포 소통과 신호전달(Cell Communication and Signal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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